[기고]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와 변호사 시험

입력 : 2020-04-09 19:54:00 수정 : 2020-04-09 19: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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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법학 교육 정상화를 표방하며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만 11년이 지났다. 지난 1월 실시된 제9회 변호사 시험 결과 발표가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다. 전국 로스쿨들이 가장 긴장하는 날이 바로 이 날이다. 로스쿨의 서열이 정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로스쿨 제도의 난맥상이 시작된다.

전국 로스쿨의 서열화는 로스쿨 도입 시의 취지를 살릴 수 없게 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를 살펴보면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변호사시험법 제10조 제1항은 ‘법무부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시험의 합격자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 규정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입학정원(2000명) 기준 75%’로 결정되고 있다. 제2회 변호사 시험 이후 지속적인 합격률 저하로 초시에 합격한 자는 제7기 입학자의 경우 54.12%, 제8기 입학자는 52.52%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로스쿨 수업은 고시학원과 다를 바 없는 현상을 초래하고, 시험적합도가 떨어지는 과목은 기피되고 폐강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인가 당시 각 로스쿨이 목표로 설정했던 특성화 교육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근본적인 개선책은 변호사 시험 합격자 결정 기준을 최소한 ‘총 응시자의 75%’로 전환하는 것이다. 물론 찬반은 있겠지만, 로스쿨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를 되새겼으면 한다. 다른 전문직 자격시험인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국가시험의 합격률이 95% 전후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아대 로스쿨의 경우, 부·울·경 지역을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77개 대학의 졸업생들이 본교를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대부분의 로스쿨은 20여 개 정도의 출신대학으로 구성되고, 이른바 ‘SKY 로스쿨’은 거의 SKY대학 출신자들로 구성된다).

어려운 지역대학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 다양한 법률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는 지역 로스쿨들을 합격률이라는 잣대만으로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로스쿨 제도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선 로스쿨 평가제도 또한 개선돼야 한다. 현재 로스쿨은 5년 주기로 재인가를 위한 교육부 평가를 받고, 그 사이에 자체평가보고서를 작성해 평가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3년 만에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연구와 교육에 투자할 시간조차 부족한 현실임에도, 보직교수들은 이 평가 대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평가를 위한 기준이 로스쿨의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적이라는 점이다. 법학전문도서관은 3개국 30종 이상의 학술 저널을 구독해야 하며, 웹 DB는 3개국 3종 이상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심지어 학생 복지시설로서 육아 시설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물론 교원의 자격, 학사 운영의 엄격성 등은 엄정한 절차와 기준에 의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로스쿨 운영에 드는 과도한 비용을 조장하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평가 기준은 개선돼야 한다.

합격률 제고와 평가제도 개선 없이 법에서 말하는 ‘풍부한 교양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심을 가진, 자유·평등·정의를 실현하는 변호사’의 양성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라도 로스쿨 제도 본연의 모습을 유도하면서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평가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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