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지원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고 좋은 임대주택 공급도 늘리기 위해 도입한 것이 ‘공공지원 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공공지원 정비사업)이다. 최근 정부 정책 실패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이 방식의 사업들이 속속 일반 재개발로 전환한다. 임대주택은 줄어들고, 그 과정에 조합원 간 다툼도 벌어진다. 서민 주거안정을 강조하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역설이다.
정부 대책 불구 분양 호전 기대
시세 차익 노려 일반 재개발로
임대주택 공급 물량 대거 축소
기존-외지 조합원 간 갈등도
“아파트 가격 안정 정책의 역설”
■쪼그라드는 임대주택
공공지원 정비사업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생기는 일반분양 주택 일부를 임대사업자가 일괄 매수해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 등에게 시세보다 싸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조합원 손실은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보전한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일정 기간 임대를 조건으로 주로 자연녹지지역에 추진되는 ‘뉴스테이’(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와 다르다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부산에서 이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던 4곳 중 감천2구역과 우암1구역 2곳이 올해 일반 재개발로 전환했다. 우암2구역도 오는 1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5월 총회에선 기존 조합 임원들이 해임됐다. 지난 8일에는 우암2구역 한 조합원이 사업 방식 전환 추진 등에 항의하며 현장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벌였다. 우암2구역은 3018세대이고, 조합원분이 801세대다. 그 외 2058세대가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서 운영하는 공공지원임대다. 사업 방식이 바뀌면 임대 물량은 크게 줄어든다.
부산시에서는 사업 전환을 막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손인상 도시정비과장은 “공공지원 정비사업은 임대를 조건으로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받는데, 일반 재개발로 전환하면 설계, 정비계획 입안,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며 “전환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조합원들이 감당하거나,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뜨거운 시장 “분양해도 승산”
공공임대 정비사업 지역은 대개 사업성이 떨어져 장기간 진행되지 못한 곳이었다. 공공 지원을 통해 임대주택을 매입해 분양 리스크를 줄임으로써 사업이 진행되도록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용적률을 높여 줘 일반분양을 통해 조합원 부담과 손실을 보전하도록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우암2구역은 2006년 11월 조합설립인가가 났는데 사업성 부족, 미분양 부담 등으로 그동안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외지 자금이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변 일반 재개발·재건축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치는 것도 자신감을 보탰다. 개발 호재 등 주변 조건의 변화도 있다. 만약 리츠에 매각하려던 임대 물량을 일반분양으로 바꿔 성공한다면 조합은 수백억 원의 이익을 더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과연 장밋빛 전망대로 될 수 있느냐다. 정부가 다주택자, 단기 투자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분양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전환 이후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선의의 조합원 피해도 우려된다. 우암2구역의 경우 원래대로라면 2023년 2월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일반 재개발 전환에 따른 금전적 부담도 적지 않다. 국민주택기금 지원금, 리츠 등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등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우암2구역 시공사인 대림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착공해 지난달 말 현재 12.8%의 공정을 보이는데, 이미 300억 원 정도가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부터 현장 공사가 중단돼 지역 하도급 업체의 피해도 예상된다.
■증액된 사업비, 조합원 부담
정책적인 결함도 사업 전환 결정에 한몫한다. 사업시행자와 우선협상대상자 간의 매매예약 이후 관리처분인가 전까지 공사비가 증액되는 경우, 이를 조합원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현행 법에는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 후 6개월 안에 매매예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한다. 이 매매예약은 변경할 수 없다. 부산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물가상승분 등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해 조합원당 3000만~4000만 원씩 추가 부담이 생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결국 이 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일반 분양의 유인은 더 커진다.
대개 매매예약에서 관리처분인가까지 1~2년, 매매계약에서 착공까지 1~2년 정도 걸린다. 토지, 주택, 지분, 공급조건 등에 대해 ‘매매예약’을 하는 것은 사업 관련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일종의 가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부산시는 설명했다. 부산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4차례에 걸쳐 국토교통부에 ‘임대사업자 선정 기준’과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관리처분인가 전까지 매매예약을 변경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정책건의를 했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김마선 기자 m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