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지자체의 부주의로 한순간에 고철로 처분된 미술계 거장의 유작 ‘꽃의 내부(Chamber)’(부산일보 2018년 1월 16일 자 1면 등 보도)가 3년여 만에 완전 복원된다. 꽃의내부는 세계적 조각가이자, 대지 미술의 대부로 알려진 고(故) 데니스 오펜하임(1938~2011·미국)의 마지막 작품이다.
28일 부산 해운대구는 “9월 중순 ‘꽃의 내부’ 복원작이 완성될 계획이며, 작품의 기존 색부터 재료까지 완벽하게 복원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꽃의 내부 복원에는 구비 5억 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말 복원사업 공모를 거쳐 부산미술협회 측이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꽃의 내부는 가로 8.5m, 세로 8m에 6.1m 높이의 작품으로, 9개의 꽃잎 형상 조형물 내부를 시민이 드나들며 체험할 수 있는 개방형 작품이다.
9월 완성 달맞이고개에 설치
규모·재료·색까지 원형 그대로
거장 故 오펜하임 마지막 작품
구청 일방적 철거 후 고철 처분
복원 중인 꽃의 내부는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해월정 광장 중심에 설치된다. 구는 앞서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달맞이고개의 상징성 등을 고려해 이곳을 설치 장소로 선정했다. 현재 달맞이고개 해월정 광장에는 꽃의 내부 복원 작업뿐 아니라 일대 정비 사업까지 이뤄지고 있어, 해운대구는 달맞이고개 관광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꽃의 내부는 2017년 12월 해운대구에 의해 철거된 지 약 2년 9개월 만에 복원된다. 이 작품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공모를 통해 2011년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에 설치됐다. 당시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데니스 오펜하임이 꽃의 내부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2017년 말 백선기 전 구청장 재임 시절 해운대구는 유족과 지역 미술계에 통보도 없이 꽃의 내부를 일방적으로 철거했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작품 일부가 부식돼 주민 민원이 잇따라 철거를 결정했다는 게 당시 해운대구 설명이었다. 중장비가 동원돼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은 일주일 만에 고철로 버려졌다.
당시 〈부산일보〉가 꽃의 내부 구조물이 부산 기장군의 한 고물상에 고철로 처분된 것을 확인해, 미술계는 물론 지역 정치권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꽃의 내부 철골 구조물은 이후 포항의 한 철강업체에 넘겨져 용광로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데니스 오펜하임 유족은 해운대구로부터 철거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언론 보도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세상을 떠난 데니스 오펜하임의 마지막 작품이 구청에 의해 ‘파괴’됐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파장이 커지면서 당시 백선기 전 해운대구청장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데니스 오펜하임 유족을 만나 사과하기도 했다. 꽃의 내부 철거는 현재까지도 미술계에서 충격적인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해운대구는 데니스 오펜하임 유족 측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6월부터 꽃의 내부 복원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구는 기존 작품과 복원작이 똑같은 모습으로, 규모와 색까지 동일하게 복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데니스 오펜하임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철거 사건이 발생한 것은 2년 전이지만, 꽃의 내부 복원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데니스 오펜하임 유족 등과 원만한 협의를 거쳤다”면서 “철거 히스토리까지 입혀진 꽃의 내부는 외부 관광객을 끌어모을 해운대의 소중한 관광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