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닥치고 가덕신공항 반대, 그 이면의 속셈

입력 : 2020-11-22 18: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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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현 편집국 부국장

중앙언론사 신공항 관련기사 보도. 강선배 기자 ksun@ 중앙언론사 신공항 관련기사 보도. 강선배 기자 ksun@

김해공항 도착을 예고하는 기내방송이 나오면 나는 눈을 감는다. 출장의 소득도, 여행의 기쁨도 순간 사라진다. 2002년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 북쪽 돗대산에 충돌해 129명이 숨진 기억이 두려움으로 어김없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비단 나뿐일까? 기체가 요동칠 때 승객 반응을 보면 안다. 비행 도중 침착함을 유지하던 승객들도 김해공항 근처에서는 술렁거리며 동요한다. 나는 깨닫는다. ‘또 충돌하는 것은 아닐까? 그 두려움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구나!’

김해공항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의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고 이듬해 2003년 첫 논의가 시작됐으니 올해로 17년째다. 그리고 고귀한 생명이 더 이상 위협받아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논의는 17년을 돌고 돌아 이제서야 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덕신공항 건설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사필귀정이지만 만시지탄이다.


수도권 언론 연일 집중포화

자사이익 최우선한 빈약한 논거

TK반발, TK통합신공항 차질우려

남의 밥상보다 자기밥상에 신경쓰길

국민안전, 균형발전 안중에 없는 반대

특별법 관철위해 더 정치적이어도 무방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발표되자 수도권 언론들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예상 못 했던 바 아니나 그 속셈을 포장하는 논리와 기사 전개 방식이 참으로 천박하고도 야비하다.

수도권 언론이 ‘닥치고 가덕도 반대’를 외치는 이유는 뻔하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국토부내 항공 마피아, 국적항공사, 수도권 언론으로 끈끈하게 엮어진 고리가 분산될 경우 광고, 기사 및 사업 협찬 등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언론사의 이익에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고추 말리는 공항을 만드느냐’ ‘국민 혈세가 줄줄 샐 것이다’고 국가를 위하는 척 그럴듯하게 보도하지만 실상은 각 언론사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지역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국토균형 발전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도 없는 이런 언론사들이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신문을 팔고 광고를 유치하겠다고 하니 지역민을 얕잡아 봐도 이런 오만이 없다. 최근 PK 지역에서 수도권 언론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열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오만이 빚은 자업자득이다.

반대 논리도 빈약하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에 집권 여당이 정략적 이익에 눈이 멀어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무지한 소리다. 김해신공항 검증위가 꾸려진 게 2019년 12월이다. 그 후 11개월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줄기차게 제기해 온 지역의 노력을 수도권 언론이 단 한 줄 기사화한 것을 본 적 없다. 오 시장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게 올 4월이니 당초 이 사항은 보궐선거 발생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이다. 수도권 언론의 논리대로라면 가덕신공항을 위해 오 시장이 성추행을 저지르고 사퇴했다고 해야 할 판이다.

가덕도는 태풍의 길목이라 안전하지 않다고도 한다. 되묻는다. 한반도로 오는 태풍이 가덕도로만 들어오는가? 그리 위험천만한 태풍 길목에 부산항 신항에 이어 제2신항이 지어지고 있고, 이 항만이 세계 6위 컨테이너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경제성이 꼴찌라고도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사전 타당성 조사를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당시 김해공항 확장안 사업비에는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산악장애물 제거 등의 추가 비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누락 사업비를 모두 합치면 김해신공항 건설비용은 8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부산시의 가덕신공항 수정 사업비 7조 5000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닥치고 가덕도 반대’에는 TK 지역도 합류하고 있는데 그간의 TK 행태를 되짚어보면 무엇을 위한 반대인지 알수 없다. 5개 시도 지사 합의를 파기하고 김해신공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몽니를 부리던 TK는 결국 도심 군사공항과 대구공항을 도심 외곽으로 통합 이전키로 하는 이른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라는 선물을 손에 쥐었다. 김해신공항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TK에서는 가덕신공항 부활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영남권 대표 관문공항으로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방해물로 생각하는 것으로 읽히나 소아병적인 발상이다.

TK가 그런 계획이 있다면 그 나름대로 전략과 정치력을 가지고 계획대로 풀어가면 될 것이다. TK는 부디 17년 공 들여온 남의 밥상에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자기 밥상 잘 차리기에 신경을 써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가덕신공항을 놓고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앞선다는 비판도 있는데, 수도권 언론과 TK의 반발이 이런 근시안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 만큼 특별법 발의에 앞장서고 있는 여야 의원들은 이것저것 눈치 볼 것 없이 더욱 정치력을 발휘해도 무방하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과 국토균형 발전을 이뤄내는 일 보다 더 소중한 책무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부산으로 돌아오는 하늘길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눈을 감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jhnoh@busan.com

노정현 기자 jhno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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