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부인 옆 다른 남자"…국제아트센터 공사장 '저질' 표어 논란

입력 : 2021-03-08 14:44:53 수정 : 2021-03-09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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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민공원 국제아트센터건립공사 현장에 부적절한 안전표어가 걸려 있다. 제보자 A 씨 제공. 부산 시민공원 국제아트센터건립공사 현장에 부적절한 안전표어가 걸려 있다. 제보자 A 씨 제공.

태영건설이 부산 시민공원 내 국제아트센터 건립 공사 현장에 부적절한 안전표어를 내걸어 시민들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8일 부산 시민 A 씨의 제보에 따르면 이날 시민공원 내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공사 현장에는 이불을 뒤집어 쓴 여성 및 5만원권 다발 이미지와 함께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태영건설 안전 표어가 걸려 있다.

해당 표어를 촬영한 사진을 A 씨가 SNS에 공개하자 시민들은 "성인지 감수성 교육 좀 받아야겠다" "몇 년 전에 욕먹었던 건데 아직도 저 모양이네" "표현이 너무 저열하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표어가 걸린 곳이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이 아닌 국제아트센터 공사 현장이라는 점도 비판을 키웠다. 한 대학교수는 댓글을 통해 "웃고 넘길 카피가 아니다"며 "어찌 공공건물 건설에 저 따위 저질 문구를 (사용하느냐)"고 일갈했다.

2000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을 갖춘 부산국제아트센터는 지난 1월 착공에 들어갔다. 시공은 ㈜태영건설컨소시엄(태영건설 삼미건설 뉴월드건설산업 경동건설)이 맡았다.

태영건설은 논란의 안내판을 이날 오전 설치했으며, 시민들이 관할 구인 부산진구청과 부산시 등에 불만과 함께 간판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태영건설 측은 안전표어를 이날 오후 철거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불쾌감이 느껴진다는 지적을 받고 즉시 표어를 철거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문구로 교체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표어는 수년 전에도 '건설노동자를 조롱하고 여성을 비하한다'며 논란을 부른 바 있는 문구다.

2016년 당시 현대건설이 동일한 표어를 공사현장에 내걸었을 때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해당 문구는 여성을 남성에 종속된 것으로 여기며 산재 보상금을 써서 없애는 존재로 묘사해 재벌 대기업의 천박한 젠더 인식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건설 측은 "사내 안전관리자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구를 만들어 작성한 것"이라며 문제의 입간판을 철거 조치했다.

한편 태영건설은 올해만 벌써 2명의 근로자가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에는 과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말뚝이 넘어져 하청 노동자 한 명이 사망했고, 지난달에도 트럭에 실린 H빔이 노동자를 덮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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