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건물 없애지 마라’ 실천한 프랑스 건축가 듀오 ‘건축계 노벨상’ 품었다

입력 : 2021-03-17 15:32:48 수정 : 2021-03-18 13: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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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얏트재단, 프리츠커상 수상자
안 라카통·장필립 바살 듀오
낡은 건축물 허물지 않고 기존 구조 활용
생태·기술적으로 혁신적인 건물 만들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2021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듀오 건축가 안 라카통(왼쪽)과 장필립 바살. AFP연합뉴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2021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듀오 건축가 안 라카통(왼쪽)과 장필립 바살. AFP연합뉴스

‘기존 건물을 절대 없애지 마라.’ 이를 실천해 온 프랑스의 듀오 건축가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로 뽑혔다.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미국 하얏트재단은 프리츠커상의 2021년 수상자로 프랑스의 건축가 안 라카통(65)과 장필립 바살(67)을 선정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은 학창 시절(보르도 국립건축조경학교) 함께 건축을 공부한 인연으로 1987년 프랑스 파리에 공동사무소를 차린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 3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함께해 왔다.

라카통-바살 듀오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낡은 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기존 구조물을 활용해 생태·기술적으로 혁신적인 건물을 만들었다. 동시에 비싸지 않으면서도 살기 좋은 주거공간을 설계하는 데 역점을 뒀다.

바살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건축 철학에 대해 “절대 건물을 무너뜨리지 않고, 나무를 자르지 않고, 꽃을 꺾지 않는다. 원래 있었던 물건들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라고 설명했다.

라카통-바살 듀오의 건축 철학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2012년에 끝난 파리의 미술관 팔레스 드 도쿄의 리모델링 작업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사용됐던 건축물에 가공되지 않고, 미적으로 단순한 재료들을 지하 공간에 투입해 공간을 확충했다. 1960년대에 건축된 파리 외곽의 아파트 부아르프레트르 타워 리모델링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기존의 바닥을 확충해 각 가구에 발코니를 설치하고 방의 면적을 늘린 것이다.

2017년에는 보르도의 530세대 규모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입주민을 퇴거시키지 않고 공사를 마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부 시설과 외관을 현대화하고, 베란다도 설치했지만, 비용은 기존 재건축의 3분의 1 정도였다.

역대 프리츠커상 수상자의 건축물은 대부분 과감한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이렇게 기존 구조물을 활용하다 보니 라카통과 바살의 건축물은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바살은 “설계를 시작하는 시점에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창조 과정의 결과이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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