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피해자 "내가 순국선열인가…與 '현충원 사과' 모욕적"

입력 : 2021-04-22 18:40:48 수정 : 2021-04-22 18: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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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마치고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마치고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

"저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닙니다. 도대체 왜 현충원에서 제게 사과를 하시나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씨 측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남긴 방명록 문구와 사과 발언에 강한 분노를 밝혔다.


이날 윤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현충탑에 분향한 뒤 무릎을 꿇고 약 1분간 고개를 숙였다. 당시 윤 위원장은 "마음이 무거워 국민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방명록에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민심을 받들어 민생을 살피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방명록에 적힌 피해자는 4·7 보궐선거의 발생 이유가 됐던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위원장은 "우리 당이 그분들에 대해 충분히 마음으로부터 사과를 드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신원이 밝혀질 수 있어서 그분들을 찾아가거나 뵙자고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며 "(현충원이) 그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릴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기에 현충원은 적당한 곳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었는데 별도의 (사과) 뜻을 전달할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현충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현충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A씨 측에서는 이날 오후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저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니다"며 "도대체 현충원에서 왜 내게 사과를 하시는가"라고 반문했다. A씨는 "민주당은 지난달 철저한 진상 조사와 결과 보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단단한 조치를 약속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며 "말뿐인 사과는 필요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A씨는 "윤 위원장의 사과는 너무나 모욕적"이라면서 "말뿐인 사과는 필요 없다. 당신들께서 하신 말씀에 책임지라"고 분노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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