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샤워실의 바보

입력 : 2021-04-28 18: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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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자유방임주의와 시장제도를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주장한 미국 경제학자다. 그는 영국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와 함께 20세기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학자로 평가된다. 1976년 소비 분석, 통화 이론과 경제안정 정책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프리드먼이 1970년대 성급하거나 과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며 사용한 ‘샤워실의 바보’ 이론이 있다. 샤워기 물이 적정 온도가 되려면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를 못 참아 수도꼭지를 좌우로 마구 돌리면 냉수나 온수만 나와 원하는 온도로 몸을 씻을 수 없다. 프리드먼은 이같이 섣부른 경제 정책을 반복해 부작용을 낳는 현상을 샤워실의 바보로 표현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단연 정부 부동산 정책의 누적된 실패가 꼽힌다. 문재인 정권이 만 4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25차례나 쏟아낸 부동산 대책이 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국민 불신을 키워서다. 여기에 샤워실의 바보만큼 적절한 비유가 또 있을까 싶다. 정부가 임기응변식 처방을 내놓을 때마다 본래 의도한 주거 안정은커녕 집값 상승을 불러 사상 최악의 부동산 양극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로 인한 젊은 층과 서민의 좌절감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꾸려 첫 회의를 했다. 악화한 민심에 놀란 여권이 또다시 부동산 정책 수정에 들어간 게다. 현재 은행권 대출 규제 완화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동안 부동산 투기와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 부동산·금융 정책과 배치돼 신중한 점검과 숙의가 필요하다. 반대론이 비등한 종합부동산세 완화 움직임은 더더욱 그렇다.

벌써부터 26차 부동산 대책이 살아 움직이는 실물경제를 무시하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겨냥해 단기적 선심성 정책으로 둔갑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생의 질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은 탁상 위의 이론이 아니라, 부동산 안정화 등 실효를 거두도록 일관성 있고 국민도 공감하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더는 샤워실의 바보처럼 오락가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이 분노한 또 다른 이유는 집권 세력의 고질적인 ‘내로남불’에 있다. 모든 문제점을 외부 탓으로 돌려 해법을 찾기보다는 자기반성과 청렴성 유지에 인색한 여권의 내부 쇄신이 선행될 때 효과적인 정책이 나오고 국민 지지가 뒤따를 것이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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