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직의 유두류록 좇아 지리산으로 이주한 류정자 작가

입력 : 2021-06-22 15:15:04 수정 : 2021-06-22 18: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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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지리산 전도를 보고 있는 류정자 작가 대형 지리산 전도를 보고 있는 류정자 작가

지리산이 좋아 서울을 미련 없이 떠났다. 경남 함양 지리산 아래에서 7개월째 '귀 지리산' 생활을 누리고 있는 류정자 작가. 류 작가는 지난 연말 조선 중기 함양군수를 지낸 김종직 선생이 쓴 '유두류록'을 직접 발로 좇은 탐방 안내서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를 썼다. 작가가 활동하는 인터넷 모임 '지리99'에 그동안 쓴 글과 별도로 조사한 글을 모으고 다듬어 냈는데 책 발간과 함께 지리산으로 이사까지 온 셈이다.


인터넷 모임 ‘지리99’에 쓴 글 정리

2004년부터 탐방, 2008년 정착

함양군 ‘김종직 길’ 개설에 힘 보태


류 작가는 최근 함양군이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개설을 준비 중인 '김종직 길'을 여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함양군은 김종직 길 조성을 위해 환경부에 공원계획변경신청을 냈는데 신청안이 통과되면 지리산 천왕봉 등정 1호 기록으로 남은 김종직의 길이 공식적으로 열린다. 군은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올 하반기에 마천면 휴천면 일대와 지리산 비법정탐방로인 노장대~얼음터 4.5km 구간의 등산로 개설을 계획 중이다.

류 작가의 지리산 사랑은 그 연원이 깊고, 특히 유두류록 고증을 위한 수고는 오래됐다. '지리99' 회원들과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지리산 탐방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아예 지리산 자락에 집터를 구했다. 그 터가 현재 류 작가가 깃든 집이다.


류정자 작가. 류정자 작가.

지리산으로 이사 온 뒤 된장, 고추장도 담그고 곶감도 깎는 시골 생활이 류 작가는 낯설지 않다고 했다. "고향이 경남 밀양이에요. 시골 생활의 즐거움을 안답니다." 서울에서 이사 왔다길래 그곳 사람인 줄로만 알았던 류 작가가 실은 밀양에서 유년을 보내고 부산에서 오래 산 남쪽 사람이었다. 작가의 지리산 사랑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여름 방학에 어찌 친구들과 지리산에 왔는데 온 산을 덮은 원추리 군락에 넋을 잃었죠. 지리산과 사랑에 빠진 적을 말하라면 그때죠" 류 작가는 1980년대 중반 '우리들의 산악회'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등산에 입문했으나 결혼과 육아로 잠시 멈췄다가 여유가 생기자 다시 지리산을 찾았다. 당시 부산에 살 때라 고 성산 선생을 따라 자주 지리산을 찾았단다.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 책 표지.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 책 표지.

근래 류 작가의 지리산 탐방은 인터넷 모임 '지리99'가 중심이다.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쉼터인 지리산 아흔아홉골(지리99) 인터넷 홈페이지는 언제라도 지리산이 그리운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가 랜선 탐방도 할 수 있다. "2002년부터 인터넷 모임을 시작했죠. 2010년이 되자 2000명의 회원이 활동했는데 이후 5000명으로 급증했어요." 류 작가는 회원이 갑자기 는 이유가 지리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있지만 대전통영고속도로 개통 이후라고 나름 분석했다. 예전에는 서울 경기 사람들이 지리산을 오려면 전남 구례나 경남 진주에 와서 다시 차를 갈아타야 했는데, 교통의 발달로 대전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함양이나 산청에 도착하니 수도권 등산 인구의 지리산 유입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류정자 작가. 류정자 작가.

류 작가는 "지리산은 아직 비밀과 숨은 보물이 너무 많은데, 규제 위주의 탐방 정책으로 사실상 민간단체의 접근이 봉쇄돼 있다"며 "장차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록에 언급된 7개 암자를 고증해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 작가의 지리산 탐방기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는 최근 1쇄가 완판돼 2쇄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다.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지리산 역사에 누구보다 다양한 지식과 탐방 경험이 풍부한 류 작가의 집필실엔 벽면을 가득 채운 지리산 전도가 걸려 있다. "산에 못 가는 날에는 지도를 보며 지리산을 떠올립니다." 류 작가의 지리산 사랑이 원추리꽃처럼 아름답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이재희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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