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증가에 ‘거제형 고용 유지 모델’ 빛 본다

입력 : 2021-06-01 15:56:54 수정 : 2021-06-02 01: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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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가 조선업 대량 실업 사태를 극복하려 준비한 ‘거제형 고용유지모델’이 고용 유지는 물론 숙련도 향상까지, 기대 이상의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핵심사업인 지역특화형 직업훈련에 참가한 협력사 노동자들이 숙련도 향상 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가 조선업 대량 실업 사태를 극복하려 준비한 ‘거제형 고용유지모델’이 고용 유지는 물론 숙련도 향상까지, 기대 이상의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핵심사업인 지역특화형 직업훈련에 참가한 협력사 노동자들이 숙련도 향상 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거제시 제공

경남 거제시가 일감이 바닥나 대량 실업 위기에 처한 조선 노동자 고용 안정을 위해 준비한 ‘거제형 고용유지모델’이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어 일감이 돌아오는 하반기까지 핵심 인력인 협력사 숙련공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었는데 고용 유지는 물론 숙련도 향상까지, 기대 이상의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거제시는 작년 11월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모델’을 발표했다. 일감 부족이 해소될 때까지 협력업체가 고용을 유지할 경우, 각종 세제 감면 혜택과 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4개 분야 9개 사업에 국비 등 877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조선 노동자 대량 실직 예방책

거제시 지난해 11월부터 가동

9개 사업에 국·시비 877억 투입

숙련공들 고용 유지·직업 훈련

조선업황 회복하며 재투입 임박


거제는 25만 인구의 70% 이상이 조선업 직·간접 종사자이고, 지역 경제의 90%를 조선업에 의존하는 ‘조선 도시’다. 대량 실업은 개인을 넘어 지역 경제에 치명적이다. 다행히 2019년부터 업황이 살아나면서 반등하는 듯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에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국가 간 해상물동량이 급감하고 유가마저 급락하면서 발주 시장이 얼어붙었다.

수주 가뭄은 곧장 고용 위기로 직결됐다. 특히 해양플랜트 물량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면서 협력사를 중심으로 작년 상반기에만 4000여 명이 실직했고, 연말을 전후해 최대 1만여 명이 추가로 현장을 떠나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가장 큰 고민은 숙련공 유출이었다.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기술경쟁력 저하는 물론, 정작 일감이 들어왔을 때 일할 사람이 없게 된다. 실제로 2016년 고강도 구조조정을 강행했던 거제지역 조선업계는 2018년을 기점으로 수주가 늘면서 ‘인력난’ 역풍을 맞았다.

변광용 거제시장이 언론 브리핑을 열고 ‘조선업 고용유지모델’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변광용 거제시장이 언론 브리핑을 열고 ‘조선업 고용유지모델’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이에 거제시는 1월부터 고용유지모델을 가동했다. 목표는 6000여 명에 달하는 협력사 숙련공 사수였다. 이후 지난달까지 132개 협력사 소속 조선노동자 2230여 명이 지역특화형 직업훈련과 고용유지 장려금 지원 사업을 통해 실업 위기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우기술교육원, 삼성기술연수원, 진주폴리텍대, 거제대학이 참여한 직업훈련은 일감이 없는 유휴 인력 고용을 유지하면서 업무 숙련도는 향상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 현장 평가도 긍정적이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생명수 같은 제도 덕분에 무난하게 위기를 넘기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원·부자재 구매, 임금 등 경상 경비를 지원하는 특별경영안정자금과 중소기업육성자금 융자금 만기 연장, 이자 차액 정책자금도 192개 업체가 415억 원을 지원받아 자금난을 해소했다.

이와 함께 시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사내 협력회사들이 노동자 주택구매 자금 보조,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 비용 지원을 위해 만든 공동근로복지기금 법인 2곳에 각각 6억 원을 출연해 협력사 노동자 2만 5000여 명의 생활 안정도 챙겼다. 양사 근로복지기금은 삼성 20억 원, 대우 18억 원 규모다.

다행히 최근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과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증가로 양대 조선소도 수주량을 늘리며 길었던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과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도 증가하면서 양대 조선소도 수주량을 늘리며 길었던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신조선 시장 회복세와 연내 발주가 예상되는 카타르발 대규모 LNG 프로젝트를 고려해 올해 수주목표를 당초 78억 달러에서 91억 달러로 상향하고도 벌써 목표의 65%를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부산일보 DB 최근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과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도 증가하면서 양대 조선소도 수주량을 늘리며 길었던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신조선 시장 회복세와 연내 발주가 예상되는 카타르발 대규모 LNG 프로젝트를 고려해 올해 수주목표를 당초 78억 달러에서 91억 달러로 상향하고도 벌써 목표의 65%를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부산일보 DB

삼성중공업은 신조선 시장 회복세와 연내 발주가 예상되는 카타르발 대규모 LNG 프로젝트를 고려해 올해 수주목표를 당초 78억 달러에서 91억 달러로 상향했다. 그럼에도 벌써 48척, 59억 달러를 수주하며 목표의 65%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도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이슈에도 26척, 27억 4000만 달러 상당의 물량을 확보하며 목표치(77억 달러)의 35%를 채웠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수주 공백 후유증이 채 가지지 않은 데다, 올해 수주한 물량이 생산 현장에 풀리려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용과 전후방산업이 제대로 된 수주 효과를 보려면 연말까지는 버텨야 한다. 현장에선 고용유지모델을 내년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변광용 시장은 “시행 전 실효성 우려도 있었지만,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도 거제형 모델을 벤치마킹해 ‘울산형 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도도 도내 확대를 검토하는 등 거제시의 노력이 안팎으로 상당히 실효성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타협으로 마련된 정책이 힘겨운 협력사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돼 매우 다행스럽다”며 “꾸준한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일자리를 지키고 기업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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