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소비자가 바보로 보이니?

입력 : 2021-06-28 18: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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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 경제부 유통관광팀장

최근 백화점, 마트, 호텔,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가에서 가장 핫한 단어는 ‘MZ’ 세대다.

기업 홍보 담당자나 홍보 대행사는 ‘MZ 세대들의 특징에 따라 이 같은 상품을 출시했다’며 입버릇처럼 말한다. 언론 보도 자료의 첫 머리는 ‘최근 MZ 세대의 트렌드에 따라…’ 등 MZ 세대를 강조한 문장으로 도배돼 있다. 백화점 등 일반 매장에서도 MZ 세대가 자주 등장한다. MZ 세대는 흔히 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제트’ 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MZ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를 통칭하지만, MZ 세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MZ 세대를 명확히 정의하거나 규정할 수 있는 세부 개념은 모호하고 부족하다. 논문 등 MZ 세대를 전문적으로 분석한 연구도 드물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MZ 세대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도 유통가에서는 MZ 세대의 이미지가 넘쳐나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고 심리적 교감과 개인 경험을 중시하는 MZ 세대’, 화장품 업계에서는 ‘윤리와 환경을 중시해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MZ 세대’, 가전업계에서는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 세대’, 호텔업계에서는 ‘특별한 경험과 재미를 중시하는 MZ 세대’….

더 놀라운 점은 유통가에 비치는 MZ 세대의 이미지는 여느 기성세대보다 완벽하다는 것이다.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윤리와 환경을 중시하고 워라벨까지 챙긴다니.

이쯤에서 잠시 의문이 든다. MZ 세대는 유통가에서 비치는 것처럼 그렇게 완벽할까? 사탕 발린 말처럼 들린다. 또 왠지 불편하다. ‘이 물건을 구입하지 않으면, 너는 MZ 세대로서 자격이 없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MZ 마케팅’의 핵심이다. 상품 자체의 본질보다는 MZ 세대의 이미지와 환상을 이용해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은 현대 사회의 소비 형태에서 비롯됐다. 프랑스 철학가 장 보드리야르는 자신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사물 그 본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 바깥으로 드러내는 이미지를 소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드리야르가 경계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미지와 환상을 누가 왜 만들어 내느냐는 점이었다.

현재 흘러 넘쳐나는 MZ 세대의 이미지는 기업과 유통가에서 상품을 하나 더 판매하기 위해 생산한 허상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업이나 유통업체들 참 괘씸하다. 물건 하나 더 팔기 위해 자기들 입맛에 따라 이미지를 만들어내니.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같다.

여기서 누구를 위해 소비를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업과 유통가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따라 소비를 할 것인가? 아니면 상품 실체에 따라 소비자 스스로의 가치에 따라 소비를 할 것인가? 소비자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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