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소장. KRISO 제공
“요즘 전 세계가 디지털 기반 4차 산업혁명 기술개발과 탄소중립을 대비한 기술혁신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등 ‘탈탄소, 친환경, 디지털화, 자율운항선박, 친환경선박’ 등이 선박(조선)해양 분야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이러한 ‘탈탄소·디지털화’ 등 국제해사환경 변화에 주목하면서 조선해양 분야에서 산업적 측면을 계속해서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김부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소장은 지난 9일 집무실에서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KRISO가 탈탄소, 디지털화, 자율운항선박 등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 적극 기여함으로써 우리 조선해양플랜트산업이 세계 선두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탈탄소·디지털·자율운항이 최대 화두
국제해사 환경 변화에 선도 역할 자임
“선박·해양플랜트 원천·실용기술 개발
부산에선 중소 조선소 기술 지원 펼쳐”
KRISO는 국내 유일의 선박해양플랜트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소재하고 있다. KRISO는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해양플랜트, 해양에너지, 해양안전·환경 및 해양시스템 분야 등 다양한 연구개발을 수행 중이이다. 특히 선형시험수조, 심해공학수조, 대형캐비테이션터널, 빙해수조 등 연구시설과 우수 연구인력을 기반으로 선박해양플랜트 분야 원천·실용화 기술개발을 꾸준하게 진행해오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이미지
김 소장은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이 성장동력 부재 등으로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줄뻔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과 탈탄소, 디지털’이라는 화두가 만들어졌다”며 “자율운항 선박,친환경 선박,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 무탄소 선박, 수소 추진선 등 새로운 선박이 나오고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우리 조선해양플랜트산업이 중국을 따돌리고 지속적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발맞춰 KRISO는 관련 조직을 신설했고, 다부처사업인 총사업비 2540억 원의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 사업’도 지난 6월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고 소개했다.
KRISO의 적극 참여 속에 다부처사업으로 기획된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사업’은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총사업비 2540억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수소선박 등 실증선박 개발 기획도 포함돼 있다.
김 소장은 “이번에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 사업’이 예타를 통과함에 따라, 추후 친환경 관련한 연구개발 사례가 국내에 더욱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연안선박 규모에서 신뢰성과 안전성을 실증한 후 중대형 선박으로 확산 적용되는 친환경선박 기술 특성을 고려해 대형선박 중심의 부산·울산·경남과 연안선박 산업 및 실증항로 중심의 전남 지역을 함께 고려한 국가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사업’은 아무래도 부울경쪽이 중심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지금은 부산,경남, 목포 등 지자체별로 어떻게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KRISO는 탈탄소, 디지털화와 관련해 경남 거제와 고성, 부산 등에 지역거점 연구센터를 두고 각 센터별로 중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 소장은 “디지털화와 관련해서는 울산시(고늘지구)에 작년부터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를 구축 중이며, 내년 완공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해공학수조(부산시 강서구 생곡동 소재) 전경
부산에는 심해공학연구센터가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공학수조인 ‘심해공학수조’를 활용한 각종 해양플랜트의 시험평가 및 설계·안전성 평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심해공학수조는 최대 수심 3000m의 심해환경을 구현할 수 있으며 파도, 조류, 바람 등 실제 해양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첨단 환경재현설비와 연구 장비도 갖추고 있다.
김 소장은 “부산에서는 심해공학연구센터 외에도 2018년도부터 산업부·부산시와 공동으로 중형선박설계사업단을 꾸려 중소조선소와 선박설계기업을 위한 기술지원도 펼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중소형 친환경 선박 기술 지원에 중점을 두고 연료절감을 위한 선형개발 및 저탄소 연료 이용 선박의 성능향상 등 그동안 더디었던 중소형 선박에서의 친환경 기술 접목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RISO는 최근 ‘탈탄소·디지털화’ 등의 국제해사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가 디지털 기반 4차 산업혁명 기술개발과 탄소 중립을 대비한 기술혁신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김 소장은 “KRISO는 글로벌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기능 및 조직을 신설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해양에서의 ‘탈탄소·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해 정부의 그린뉴딜 및 디지털 뉴딜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이를 통해서 조선해양산업분야의 디지털, 친환경 관련 글로벌 기술선도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로, KRISO는 해양 디지털화에 대응하고자, 자율지능운송연구본부 신설 및 자율운항선박 통합기술개발사업단을 유치해 자율운항선박 핵심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작년 한국형 해상교통안전종합관리시스템인 e-내비게이션(Navigation)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고, 차세대해양위치정보(PNT) 관련 연구, 선박해양 디지털트윈센터 구축 기획 등 선박해양공학 분야의 첨단 ICT 융복합 사업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 등의 친환경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연료추진연구센터를 신설해 전기추진 차도선 개발, 친환경 연안선박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 등 친환경선박 관련 여러 연구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과 연계해 바다에서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부각되고 있는 수소(해양그린수소)를 생산·저장·이송하는 기술개발도 기획 중이다.
전기추진 차도선 운영 개념도
김 소장은 지난 5월 29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에너지혁신 분과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KRISO는 선박의 최대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연료 활용과 신개념 추진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연구소 내 친환경연료추진연구센터를 신설하고 선박용 배터리를 비롯한 연료전지, 무탄소 연료 혼소 기술을 포함한 추진동력원과 친환경 연료 활용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 소장은 “KRISO가 중점적으로 연구개발 중인 순수 전기추진 차도선은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나라 서·남해안과 같은 도서 지역에서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수송하는 차도선이 배터리만을 활용해 운항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연안 대기환경 개선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밖에도 친환경선박 연구에 더욱 집중하고자 목포시에 구축될 친환경 연안선박 클러스터에 친환경 연료추진 연구거점을 만들어 전기추진선 및 수소·암모니아 혼소연료 등 친환경선박의 기술개발과 실증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KRISO는 친환경 선박 외에도 해양에너지 분야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많은 연구를 펼치고 있다”며 “특히 정부 계획에 발맞춰 진동수주형 파력, 부유식 해상풍력, 방파제 연계형 파력발전 등 바다를 활용한 해양에너지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KRISO는 지난해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을 준공했다. 파력에너지의 보급 확산과 파력발전의 상용화 촉진을 위한 필수 시설이다.
김 소장은 “KRISO는 앞으로 탄소중립 실현과 선박해양의 4차 산업혁명 전환을 견인할 융복합 핵심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친환경 및 자율운항선박 등 해운·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겠다. 또한, 해양그린수소 생산 등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기술개발을 통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기관으로서 사회적·공공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