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가두리양식장서 89만 마리 떼죽음…고수온 피해 추정

입력 : 2021-08-06 09:01:32 수정 : 2021-08-06 15: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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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 치어 78만 마리 등 어병 흔적 없어
작년 이맘때 보다 5도 이상 고수온 지속

경남권 최대 해상 가두리 양식장 밀집 지역인 통영 앞바다에서 양식어류 89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대부분 어린 우럭들로 이상 고온에 의한 폐사로 추정된다. 통영시 제공 경남권 최대 해상 가두리 양식장 밀집 지역인 통영 앞바다에서 양식어류 89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대부분 어린 우럭들로 이상 고온에 의한 폐사로 추정된다. 통영시 제공

경남권 최대 해상 가두리 양식장 밀집 지역인 통영 앞바다에서 양식어류 89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대부분 어린 우럭(조피볼락)들로 이상 고온 피해로 추정된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폭염의 기세에 바다도 달아오르면서 어민들은 전전긍긍이다. 펄펄 끓는 바다에서 이미 지칠대로 지친 물고기의 추가 폐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악의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 2018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통영시에 따르면 지난 4·5일 이틀간 산양·욕지·도산면 앞바다 12개 해상가두리 양식장에 있던 양식어류 89만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우럭 82만 마리, 말쥐치 5만 마리, 농어 2만 마리다. 이 중 78만 마리가 우럭 치어(어린 물고기)다. 피해액은 8억 5000만 원 상당으로 집계됐다. 어병이나 적조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고수온 피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현재 국립수산과학원 등 유관 기관이 함께 정확한 폐사 원인을 분석 중이다.

짧은 장마 이후 달아오르기 시작한 경남 남해안은 4일부터 고수온 특보 최고 단계인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고수온 특보는 수온 상승이 예상될 때 관심단계로 시작해 양식 어류 폐사 한계 수온인 28도를 넘어서면 ‘주의보’로 대체되고, 주의보가 3일 이상 지속하면 경보로 격상된다. 4일 낮 기준 경남 연안 수온은 30도에 육박했다. 이는 작년 이맘때보다 5도 이상 높은 수준이다. 북서태평양 해역 수온이 평년보다 높은 데다,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대마난류가 고수온을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경남지역 양식 어류 태반이 고수온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도 내 어류양식장에 입식 된 어류는 모두 2억 3000만여 마리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억 770만 마리(47%)가 우럭이다. 숭어도 3170만 마리(14%)나 있다. 10마리 중 6마리가 찬물을 좋아하는 한류성 어종이다. 우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참돔 등 돔류는 난류성 어종이라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지금의 환경이 계속되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달 26일 고수온 대비 현장 점검에 나선 강석주 통영시장이 관내 한 양식장을 찾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통영 연안에는 경남 전체(396ha) 어류양식장의 절반의 넘는 225ha가 자리 잡고 있다.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장 350개를 합친 크기로 1억 4600만 마리를 사육 중이다. 통영시 제공 지난달 26일 고수온 대비 현장 점검에 나선 강석주 통영시장이 관내 한 양식장을 찾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통영 연안에는 경남 전체(396ha) 어류양식장의 절반의 넘는 225ha가 자리 잡고 있다.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장 350개를 합친 크기로 1억 4600만 마리를 사육 중이다. 통영시 제공

경남지역 최대 양식 활어 산지인 통영도 마찬가지다. 경남 전체(396ha)의 절반의 넘는 225ha가 통영 연안에 자리 잡고 있다.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장 350개를 합친 크기로 1억 4600만 마리를 사육 중이다. 현재 통영 연안 평균 수온은 산양 29.2도, 욕지 27.6도, 한산 28.8도, 사량 27.2도다. 대부분의 해역이 이미 한계 수온에 육박했다. 당장 성어보다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치어에 피해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어민들은 수온 상승을 막아보려 산소 발생기와 액화 산소 탱크를 24시간 가동하고 면역증강제까지 먹이는 등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어민 황인규 씨는 “지금은 그저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관건은 지금부터다. 올여름 더위는 ‘역대급 폭염’이라던 2018년을 이미 뛰어넘었다. 뜨거운 공기가 돔 지붕처럼 특정 지역을 덮어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열돔 현상’ 탓이다. 육지 기온이 오르면 바다 수온도 덩달아 상승한다. 심지어 변화가 더딘 만큼 열기는 더 오래 간다. 고수온 지속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도내 고수온 관련 양식어류 폐사는 2012년 첫 피해(165만 마리, 18억 원)가 집계된 이후 2015년까지는 별다른 피해 없이 넘겼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가 가속하면서 2016년부터 ‘붉은 재앙’ 적조 못지않은 ‘여름 불청객’이 돼버렸다. 그해 704만 마리(87억 원), 이듬해 343만 마리(47억 원)가 고수온에 떼죽음했다. 이어 2018년엔 무려 1909만 마리(91억 원)가 폐사해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2019년에도 32만 마리(7억 4000만 원) 피해가 확인됐다. 지난해는 피해가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적조 피해는 230만 마리(39억 원)로 고수온 피해(1765만 마리, 232억 원)의 30% 수준에 그쳤다.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를 유발하는 유해성 적조생물 ‘코클로디니움’도 고수온 환경에선 번식할 수 없어서다. 어민들 사이에 고수온이 적조보다 무섭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경남권 최대 해상 가두리 양식장 밀집 지역인 통영 앞바다에서 양식어류 89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대부분 어린 우럭들로 이상 고온에 의한 폐사로 추정된다. 사진은 2016년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 양식장 모습. 부산일보 DB 경남권 최대 해상 가두리 양식장 밀집 지역인 통영 앞바다에서 양식어류 89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대부분 어린 우럭들로 이상 고온에 의한 폐사로 추정된다. 사진은 2016년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 양식장 모습. 부산일보 DB

고수온 피해 예방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는 적정 수온 유지가 가능한 해역으로 어장 자체를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내만 곳곳이 양식시설로 포화상태라 옮길 해역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설령 좋은 자리를 확보해도 실행은 쉽지 않다. 이동 과정의 스트레스와 급격한 환경 변화를 버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에 가입하면 피해 발생 시 보상이 가능하지만 비싼 보험료 탓에 영세한 어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통영에선 수산당국의 적극적인 독려에도 전체 대상 450명 가운데 104명만 가입한 상태다.

경남도와 지자체는 취약해역 양식장을 중심으로 실시간 수온 정보를 제공하며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통영시는 고수온대책본부를 꾸리고 고수온 발생상황 신속전파·상황 유지, 피해조사에 나서고 있다.

통영시 김석곤 어업진흥과장은 “내 어장은 내가 지킨다는 책임을 갖고 사육관리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철저한 입식신고와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가입을 통해 재해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사전 조치에도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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