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트코인 왜 비싼가?”
기술, 관심, 위기는 암호화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3요인이다. 기술부터 살펴보자. 만약 은행에 기록된 개인들의 잔고를 은행 내부 또는 외부인이 훼손할 수 있다면 재산상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은행에서는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기 위해 엄청난 보안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암호화폐 중 가장 값이 비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인 강력한 컴퓨터의 해시파워를 활용하여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는 뛰어난 보안성을 자랑한다. 글로벌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비트코인에 데이터를 기록하여 증명하는 형태의 서비스인 ‘아이온’을 운영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비트코인의 보안성은 이미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정점에 있는 비트코인은 내부자든 외부자든 한 번 기록된 데이터를 어떠한 형태로도 수정 및 변경할 수 없다. 이러한 기술적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다음으로 관심은 경제학적으로 수요와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은 상승한다. 그렇다면 암호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설문과 같은 소규모의 표본조사를 통해 관심의 크기를 측정했기 때문에 오차율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네이버 또는 구글 등의 검색엔진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각각의 플랫폼에서 암호화폐 검색량을 분석해보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순으로 검색량이 나온다. 이중 비트코인의 검색량은 이더리움보다 10배 이상 많다. 실제로 가격 상위를 유지하고 있는 암호화폐들의 관심 크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일부 암호화폐는 가격이 오르면 추가 발행을 통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이른바 ‘먹튀’를 하는 경우도 있음으로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이다. 인플레이션, 외환위기, 화폐개혁, 코로나 펜더믹과 같은 위기는 경기를 침체시키고 세계 경제발전을 저해한 대표적인 요인들이다. 암호화폐는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곤 한다. 2013년 지중해 동부의 섬나라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사태 당시 유럽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서는 키프로스의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구제금융안을 발표했다. 구제금융 조건으로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에 9.9%, 10만 유로 미만의 예금에 6.7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키프로스 국민들은 강력하게 저항했다. 키프로스 사태로 유로화를 은행에 예치할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일약 100만 원대로 진입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엘살바도르에서는 기존 화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했다. 경제학적으로 물가 상승이 통제를 벗어난 상태를 뜻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독일,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와 같은 국가에서는 이미 모든 국민들이 화폐의 위험성을 경험했기에 본능적으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암호화폐에 유독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중앙화폐를 발행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나, 디지털화폐의 최대 걸림돌인 디지털화폐 발행의 객관적인 증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종이화폐를 기반으로 한 현물화폐기반의 디지털화폐가 유통되고 있다. 진정한 디지털화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된 존재하지 않는 숫자가 컴퓨터상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존재하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누구에 의해 발행되든 디지털화폐의 수정·변경·삭제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구성해야만 비로소 디지털 화폐의 자유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사용자들의 신뢰가 쌓여야만 진정한 화폐로 거듭날 수 있다.
암호화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3요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보안성이라는 기술적 가치를 확보하고 사용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위기에도 강한 면모를 가진 화폐로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 3요인을 충족하는 디지털화폐가 등장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온전한 디지털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이기용 객원기자 kinglky@hotmail.com / (주)리얼체크 비트코인뱅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