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해도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여성에게 “호박꽃도 꽃이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요즘 같으면 당장 성희롱에 걸릴 만한 발언이다. 이때 남성에게 되갚아 주던 말이 “멸치도 생선이냐”였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의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온갖 수산 생물이 거론되는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윤석열 전 총장을 돕고 있는 정진석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고 비유하면서 사단이 되었다. 윤 전 총장이 돌고래라 치면 고등어와 멸치는 또 누구란 말인가.
가만히 있으면 홍준표 의원이 아니다. 홍 의원은 자신이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물고기가 아닌 사람이라고 정색을 했다. 그리고 “줄 세우기만 열중하는 훈련되지 않은 돌고래”라고 윤 전 총장을 공격했다. 요즘 들어 부쩍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홍 의원이지만 솔직히 그런 말을 할 처지인가 싶다. 지난달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에서 윤희숙 의원의 출마 선언에 대해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며 초선인 윤 의원을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모든 후보가 다 숭어”라고 일축하면서 고등어·멸치·고래밥이 담긴 장바구니 사진을 올려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이낙연 후보가 ‘소 잡는 칼’, ‘닭 잡는 칼’ 비유로 벌이는 육상전, 국민의힘은 해상전이 점입가경이다.
이들이 선망하는 돌고래에 대해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돌고래 무리는 모계 중심으로 암컷이 리더로 선출된다. 돌고래가 가진 일부 지식은 암컷에서 암컷으로 세대를 이어 전승된다. 돌고래를 포함한 모든 고래는 청각이 탁월하다. 초음파를 쏘아 보내고 다시 돌아와 듣는 것으로 세상을 보니 이들에게는 귀가 곧 눈인 셈이다. 울산 앞바다에서는 다친 동료를 돌고래 10여 마리가 뭉쳐서 뗏목처럼 만든 뒤 수면 위로 올려 호흡을 돕는 행동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돌고래 진영에 합류한 국회의원들이 다른 의원에게 조속히 합류하라고 협박성 권유를 한다는 말인가.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의 세 부풀리기와 줄 세우기가 보기에 민망하다. 작고 힘없어 보이는 멸치는 서민을 닮았다. 바다에 사는 2만여 종 가운데 가장 많은 식구를 거느린 물고기가 멸치다. 우리 속담에 ‘멸치도 창자는 있다’는 말이 있다. 창자는 배알, 자존심을 의미한다. 바다가 광활한 것은 하천의 물을 모두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