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무연고 사망 10명 중 7명 ‘연고’ 있었다

입력 : 2021-08-18 19:27:00 수정 : 2021-08-18 19: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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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달품협동조합과 부산반빈곤센터, 내미는마음 주관으로 열린 장영민 씨의 공동체 장례식 모습. 장 씨가 평소 다니던 교회 지인 등이 장례식에 참여했다. 이날 열린 공동체 장례는 부산 동구에서 열린 첫 공영장례 사례이기도 하다.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지난 3월 달품협동조합과 부산반빈곤센터, 내미는마음 주관으로 열린 장영민 씨의 공동체 장례식 모습. 장 씨가 평소 다니던 교회 지인 등이 장례식에 참여했다. 이날 열린 공동체 장례는 부산 동구에서 열린 첫 공영장례 사례이기도 하다.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최근 4년간 부산에서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된 10명 중 7명은 실제로는 연고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흔히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이나 친지 없이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의외로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경제적 이유’가 주 원인인데, 갈수록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부산에서 공공 장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경제적 이유로 시신 인수 거부

가족들 장례 비용 큰 부담 느껴

무연고 사망자 70%가 60대 이상

초고령사회 ‘쓸쓸한 죽음’ 늘 듯

공공 장례 지원 등 대책 있어야


시민단체인 ‘사회복지연대’가 부산 16개 구·군청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부산 16개 구·군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는 974명이었다. 이 중 658명(67.6%)은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해 ‘무연고사’로 분류된 경우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 친척 없이 숨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많았다. 무연고사 10명 중 7명은 기초생활수급자다. 통상 부모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일 경우 자녀도 생활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산 서구청 생활지원과 관계자는 “시신 인도를 위해 연락하면 장례 비용이 너무 부담스럽다며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한다”고 털어놓았다.

무연고 사망자는 장례식 없이 곧바로 화장된다. 기초지자체가 무연고 사망자를 모시는 장례업체에 지원하는 장제급여는 80만 원뿐이다. 장례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실제로 장례업체는 빈소 없이 사망자 시신을 안치실에서 바로 화장장으로 옮긴다. 무연고 사망자의 이웃, 지인은 장례식에 참여조차 하지 못한다. 화장된 무연고자의 유골은 부산 금정구 두구동 영락공원 지하 1층에 봉안된다. 5년이 지나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다른 무연고자와 함께 영락공원 매립지에 함께 묻힌다.

전국 최초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부산에 무연고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 지난달 말 기준 부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6만 8806명으로 전체 인구의 19.89%를 차지했다. 다음 달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기초생활수급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8.87%로 전국 평균(35.35%)을 웃돈다. 부산 무연고 사망자 중 60대 이상 노인이 69%에 달했다.

이런 현실에서 경제적 어려움 탓에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하지 않도록 공공에서 장례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일각에서는 상업성을 줄여 장례를 보편적 복지 서비스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과의 문제 등으로 점점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족의 일’로 치부됐던 장례에도 공백이 생긴 것”이라면서 “장례를 치르는 것조차 어려운 취약계층이 돌아가신 분을 ‘무연고사’로 내몰지 않고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도록 공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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