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인권위원회가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지원 체계를 강화하라고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권고했다. 출범 8년 만에 내놓은 첫 정책 권고다. 6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부산시 차원의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와 피해자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부산시인권위원회는 31일 오전 10시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의 대표 인권유린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명예 회복과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선 방안을 박 시장에게 권고했다. 시인권위는 2013년 출범했지만 행정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1년에 한 차례만 회의를 여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됐다. 2019년부터 위원회 구성과 활동이 민간 주도로 개편됐고, 지난달에는 ‘부산시 인권 기본조례’가 개정돼 시인권위가 직접 정책권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시인권위 정귀순 위원장은 “부산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명예 회복과 지원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지원센터를 열었지만, 피해자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부산시는 지역 최대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피해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인권위가 형제복지원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해 부산시에 4가지를 제시했다.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할 것, ‘형제복지원 사건 자료관’과 ‘국가폭력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립, ‘형제복지원 피해자 종합지원센터’ 운영 강화다. 부산시는 시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피해자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부산시 인권노동정책담당관 관계자는 “시인권위 권고 사항을 반영해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연내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6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2기 정근식 위원장이 형제복지원 피해자종합지원센터를 찾아 피해자와 만났다. 이 위원회는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위로 인한 인권 유린 사건 등을 조사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히는 독립 국가기관이다. 형제복지원이 1호 사건이다.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한종선 대표는 “과거사위원회 조사 착수에 이어, 부산시인권위가 형제복지원 피해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부산시에 권고한 것을 아주 의미 있게 본다”고 평가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