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 명 억대 가입비 먹튀한 사하구 헬스장

입력 : 2021-09-02 19:09:11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부산일보DB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부산일보DB

부산 사하구의 한 헬스장 직원 A 씨는 헬스장 대표 B 씨로부터 지난달 30일 문자 한 통을 받았다. ‘18개월 동안 적자 운영으로 대출금을 더 감당할 수 없어 문을 닫는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문자에 A 씨는 망연자실했다. 해당 업소에서 5년간 근무한 A 씨는 “10일이 월급 날인데 대표가 여전히 연락두절 상태여서 막막하다”면서 “뉴스로만 들었던 일을 실제로 겪어 보니 매우 당황스럽다”고 고개를 떨궜다.

올 7월에도 대대적 회원 모집

‘적자 폐업’ 문자 후 대표 잠적

피해자 모임 결성 단체소송 준비

B 씨가 운영하던 헬스장은 1~5층을 모두 헬스장과 사우나로 이용하는 대규모 영업장이다. 회원 수가 500명을 넘고, 트레이너와 운영 직원만 15명에 이른다. 지난달 10일부터 부산 지역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해당 헬스장은 3주간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1일부터 영업을 재개하려고 준비 중인 직원과 회원들은 돌연 폐업 문자를 받아들고 허탈해하고 있다. A 씨를 포함한 직원들은 헬스장 대표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봤지만 허사였다.

B 씨는 2019년 말 해당 헬스장을 인수했다. 특히 B 씨는 올 7월 84만 원(6개월), 168만 원(1년)인 헬스장 등록비를 절반 가까이 할인해 많은 회원을 모집했다. 당시 가입한 회원들은 가입한 지 두 달도 안 돼 헬스장이 문을 닫자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회원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금액은 1억 2000만 원에 달한다.

현재 직원들은 B 씨를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또 회원들은 금전적 피해를 호소하며 피해자 모임까지 결성하고, B 씨를 상대로 단체 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 헬스장 건물에는 건물주가 붙인 ‘현 사태와 관련해 헬스장 대표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개인 물품은 이른 시일 내로 수거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코로나19로 헬스장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이와 같은 이른바 ‘헬스장 먹튀’ 사건이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헬스장 계약 해지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는 부산에서만 2019년 1300건에서 지난해 1600건으로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기간 2만 건에서 2만 5000건으로 늘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이벤트나 할인에 현혹되지 말고 가급적 단기 계약으로 체결하고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할 것을 당부하는 ‘헬스장 먹튀’ 방지책을 제시했다. 부산소비자연맹 김향란 회장은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헬스장 피해 민원이 크게 증가한 만큼 주의해서 등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