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전력자급률 12.7%, 원전 부담은 지방 몫인가

입력 : 2021-10-07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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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 등지로 보내기 위해 경남 밀양시 부북면 일대에 설치된 765㎸ 송전탑과 송전선로. 부산일보DB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 등지로 보내기 위해 경남 밀양시 부북면 일대에 설치된 765㎸ 송전탑과 송전선로. 부산일보DB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력자급률이 매우 낮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 보내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 비수도권 전력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력이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서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발전시설 탓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지역민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게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의 전력자급률은 지난 6월 기준 각각 12.7%, 64.3%에 불과하다. 반면 지방의 전력자급률은 부산 212.9%, 경북 185%, 전남 167.6% 등 매우 높아 수도권과 지방 간 전력 생산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수도권 송전 비용 비수도권 주민에 전가

자급자족하는 분권형 에너지 정책 절실


이 때문에 원전이 밀집한 부산·울산·경북·전남 등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인프라 구축에 투자된 비용은 2011년부터 10년 동안 2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수도권이 지방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데 1년간 무려 2300억 원이 소요된 셈이다. 더욱이 2013년부터는 송전 인프라 구축에 지출된 돈이 매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에 전력 수요가 큰 대기업과 대규모 제조시설이 대거 들어서는 등 수도권의 급팽창 때문이다. 향후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데이터센터 같은 첨단 산업체가 수도권에 지속적으로 몰릴 전망이어서 과밀화한 수도권의 전력난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도권 송전을 위해 발생한 거액의 비용을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의 전기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때문에 지출되고 상승한 송전 비용이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반영돼 징수되는 바람에 지역민이 내는 전기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 의원이 국감에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주장한 건 당연하고도 시의적절했다. 앞으로도 지방에 수도권 전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발전시설을 신설해 지역민의 재산권 등을 침해하고, 수도권은 그 혜택만 누리는 구조가 지속될 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공정한 전력구조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지방과 원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바꿔 나갈 때다.

일부 대선 주자와 보수 야당은 원전이 값싸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이자 수도권에서 가장 먼 부울경 주민들의 오랜 고통과 희생을 외면하는 수도권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일본 후쿠시마원전 폭발 이후 고리·신고리원전의 잦은 사고로 불안감에 시달리는 지역민들의 안전을 무시한 처사다. 토지 보상과 장거리 초고압 송전탑·선로 설치로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수도권 송전사업은 지양해야 한다. 인구가 많은 서울에 원전을 설치하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원전만 두둔하는 행위는 접을 일이다. 지역별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활성화해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분권형 에너지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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