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비롯한 위안부 문제를 일본에서 20개 이상의 매체가 다뤘는데 20년이 지나 아사히 신문의 기사만 날조라고 하고 공격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당시 일본 민방 TV의 서울 특파원으로 같은 기사를 쓴 사람으로서 특정 미디어를 노린 음모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움직임을 밝히고 싶었습니다.”
다큐 영화 ‘표적’의 니시지마 신지 감독은 결연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표적’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 앵글 섹션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받아 부산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11일 오후 니시지마 감독을 영화의전당에서 만났다.
위안부 기사 향한 ‘날조’ 공격 추적
“특정 미디어 노린 음모 있어
위안부 문제는 인권의 문제”
20년 전 도쿄방송 JNN 서울 지국에 근무했던 니시지마 감독은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 신문 기자가 일본 우익으로부터 ‘기사 날조’ 공격을 받은 이후 우에무라 전 기자의 딸을 비롯한 가족에게까지 협박 편지가 날아드는 것을 보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니시지마 감독은 “우에무라 씨가 아무리 공격을 받아도 지지 않고 내 생각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고, 나 역시도 우에무라 씨나 그의 가족이 ‘표적’이 되어 받는 공격에도 굴하지 않는 우에무라 씨의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에무라 전 기자는 일본 우익의 공격을 받고 근무하던 홋카이도 한 대학의 강단에서 내려와야 했고, 한국의 가톨릭대학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우에무라 전 기자의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우에무라 전 기자는 자신의 보도를 날조라고 공격한 우익 언론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데, 당시 홋카이도 지역 변호사의 10%에 달하는 변호사가 무료 변론에 나선다. 결과적으로 우에무라 전 기자는 패소했지만 일본 내에서도 ‘기사 날조’ 공격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상식인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니시지마 감독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후배상의 문제가 아닌 인권 문제라고 생각하고 피해자가 인간으로서 존엄을 회복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영화를 제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상 공격이 있었고 영화 배급사에도 협박 편지가 날아들고 있지만 나 역시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본 정부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신빙성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데 일본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1992년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2차례 조사했다. 이후 위안부는 일본군이 관여한 비인간적인 문제라고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공식 사죄했다. 이는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공식 사죄인 ‘무라야마 담화’로 이어진다.
니시지마 감독은 “두 담화 이후 시대가 바뀌어서 위안부 문제는 전후 배상의 문제가 되버렸다”면서 “언제까지 사과해야하느냐는 말은 일본인의 입으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말이고 전쟁 성폭력을 일으킨 당사자 국가로서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년 전 위안부였던 김학순 할머니를 취재했던 니시지마 감독은 “돈의 의미도 모르는 11~13살 되는 아이가 위안소에 가서 성범죄 피해를 입었는데 돈 때문이라는 것은 말이 안되고 거짓말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니시지마 감독은 ‘표적’에 앞서 2017년 한국 EBS 국제 다큐 영화제에 첫 작품 ‘기록작가 하야시 에이다이의 저항’(2016)이라는 첫 다큐로 서울을 찾은 적 있다. 일본 탄광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 탄광 노동자를 기록해온 하야시 에이다이라는 일본인을 다루는 영화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정치가를 통해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불행한 시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 역사를 잊지않는 것, 그것이 진정 한일관계에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