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설유치원 '매운 급식' 아동인권 침해"…시민단체 '인권위 진정'

입력 : 2021-11-09 21:14:31 수정 : 2021-11-09 21: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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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초등학교 내 병설유치원에서 제공되는 '매운 급식'이 아동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한민국의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같은 식단으로 같이 조리한 급식을 제공한다"고 언급하면서 "병설유치원이 있는 학교는 유치원생(5∼7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13세)까지 같은 식사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생 가운데 급식이 매워 먹지 못하거나 배앓이를 격는 아동이 적지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단체는 '정치하는엄마들'은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것은 반찬투정이라거나 학생이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다"라면서 "매운 급식을 강요하는 행위는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매운 음식을 과도하게 먹으면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고 장 점막을 자극해 복통이나 설사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성인보다 미뢰가 예민한 유아기에 매운맛·짠맛·단맛 등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면 미각의 민감도가 저하돼 탄수화물 식품이나 당류, 음료 섭취가 늘고 소아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립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경우 유아에게 적합한 급식을 제공하지만, 병설유치원은 5~7세 유아에게 초등학생과 동일한 급식을 제공하고 있어 매운 반찬과 국이 2~3개 중복되는 날은 아동들이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비교했다.


제보자들이 제공한 실제 급식 사진 중 일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제공 제보자들이 제공한 실제 급식 사진 중 일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제공

특히 이들은 "급식 전문가에 따르면 동일한 식단이라도 안 매운 고춧가루를 쓴다거나 붉은 파프리카 가루로 대체해서 매운 급식과 안 매운 급식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해아동의 학부모들이 매운 급식에 대해 학교에 문제제기를 할 경우 '매운 음식은 한국의 식문화다. 참고 먹다 보면 금방 적응한다. 요즘 아이들은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어서 그런(매운) 반찬은 못 먹는 거 같다'는 등 엉뚱한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학교 측에서 문제에 공감하는 경우에도 '안 매운 급식을 따로 조리해서 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오긴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다시 '정치하는엄마들'은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이기 때문에 매운맛이 아닌 매움으로 표현해야 옳다"면서 "매움을 느끼고 견디는 정도는 개인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유·아동에게 매움(고통)을 참도록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아동들은 매움을 억지로 견디기보다 배고픔을 선택한다"면서 "공교육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공공 급식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일부 아동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을 제공하고, 배고픔을 유발하고 방치하는 것도 명백한 차별행위이자 인권침해"라고 학교에서 이뤄지는 '매운 급식'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한편, '정치하는엄마들'은 이같은 취지로 서울과 인천의 초등학교에 재학하는 1∼2학년 어린이들을 피해자로 하는 진정서를 전날 인권위에 제출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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