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 사상역과 하단역을 잇는 사상~하단선(경전철)의 차량기지창이 승학산 대신 하단동 공업 지역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부산교통공사가 환경 훼손 우려와 주민 반발에 부딪혀 기지창 위치를 바꾸기로 한 지 4년 만에 대체 부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추진에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사상~하단선 기지창 예정 부지
산림훼손 우려, 승학산 자락 취소
하단동 공업지역 일대로 변경
인근 아파트 주민들 집회 계획
부산시는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 사업 계획 변경안’을 내달 13일까지 공람 공고한다고 25일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20일 공람 기간 동안 시민 누구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부산교통공사가 이를 취합해 최종 사업계획안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람공고를 살펴보면 애초 승학산 자락에 예정돼있던 사상~하단선 차량기지창 위치가 하단동 공업 지역 일대 9500㎡ 부지로 바뀌었다. 공람공고가 확정을 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국토부에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기 직전 단계인 만큼 사실상 부산교통공사가 해당 부지를 선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사는 공람공고를 거쳐 내년 2~3월 안에 국토부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사상~하단선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과 1호선 하단역을 잇는 6.9km 길이의 노선으로, 낙동강을 따라 조성된 서부산 공업 지대를 통과하는 무인 경전철이다. 학장천·동아대 등 정거장 7곳에 멈추며 서부산을 위아래로 잇게 된다. 2012년 기본계획이 확정됐고, 총 6243억 원이 투입돼 2017년 착공했다.
이 노선은 애초 올해 말 완공 예정이었지만 현재 2년 넘게 일정이 밀린 상태다. 2019년 노선에 포함돼있던 승학산에서 비탈면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나고, 일부 노선이 수정된 탓이다.
이에 더해 차량기지창 부지를 논의할 때마다 나오는 인근 주민의 반발도 영향을 끼쳤다. 차량기지창은 경전철을 제어하거나 보관·정비·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주거지 근처에 경전철이 오가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 먼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공사는 최초 승학산 자락에 차량기지창을 건립하려 했지만 대규모 산림 훼손과 더불어 조망권 침해를 우려한 지역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공사는 2017년 차량기지창 위치를 낙동대로 건너편에 있는 하단동 공업 지역으로 옮기려 했지만 또다시 주민 반발이 이어졌다. 이후 승학산 골프장, 사상구 엄궁동 등 여러 대안 부지를 검토했지만 결국 낙동대로 건너편 부지가 가장 타당성이 높았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부산교통공사 시설팀 관계자는 “다른 대안 부지도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본 노선과 가깝고 차량 진입로가 짧아야 하는 차량기지창 특성상 다른 곳은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근 대규모 아파트 주민들은 차량기지창 부지가 공고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1800세대 규모의 하단동SK뷰 아파트는 차량기지창 예정 부지와 불과 1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하단SK뷰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다음 달 1일부터 3일까지 부산시청 앞에서 600~700명 규모로 집회를 열고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의 결정을 규탄할 것”이라면서 “차량기지창 설치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우리 주민들인데 제대로 된 의견 수렴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