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하단선 1공구 ‘원청·하청 갈등’ 또 중단

입력 : 2022-01-13 19:17:43 수정 : 2022-01-13 19: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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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상구 사상~하단선 1공구 공사현장. 부산 사상구 사상~하단선 1공구 공사현장.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 공사가 또다시 원청과 하청업체 간 갈등으로 중단됐다. 2017년에 이어 이번에도 지역 하청업체가 추가 공사비로 인한 파산 위기를 호소하는 일이 벌어지자 수천억 원 규모 국책사업의 공사 설계와 계약 방식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13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부산시는 사상~하단선 1공구 건설 현장의 원-하청업체 간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원청인 SK건설과 하청업체 네오그린, 부산시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추가 공사 비용 순차 지급 놓고

SK건설, 끝내 계약해지 요청

50억 적자 하청업체 ‘네오그린’

자금난으로 기업회생 신청 중

2017년 하도급 사태 재연에

관급공사 계약 방식 재검토 목소리


사상~하단선은 6243억 원 예산을 투입해 총 6.9km 구간에 정거장 6곳, 차량기지 1곳을 건설하는 부산교통공사 사업이다. 2016년 착공해 2020년 11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반복되는 공사 중단으로 완공일이 2023년 12월로 늦춰졌다.

전체 5개 구간 가운데 사상역 인근의 1공구 1.45km 구간 공사는 SK건설이 맡았다. SK건설은 부산의 A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공사를 맡겼다가 2017년 계약을 파기했고, 이듬해 또다른 부산 업체인 네오그린과 새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달 초 SK건설 측이 네오그린에 계약 해지를 요청하면서 현재 공정은 멈췄다. SK건설 측은 ‘하청업체의 반복적인 공사 중단’을 계약해지 이유로 설명하지만 네오그린 측은 “원청으로부터 추가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네오그린 관계자는 “설계와 현장이 다른 부분이 많아 추가 공사비가 발생해 공정 기간 동안 본 적자만 50억 원에 달한다”며 “이번 공사 때문에 파산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제 와 계약을 해지하면 망하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네오그린은 현재 자금난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상태다.

네오그린 측에 따르면 SK건설 측 설계와 달리 공사현장 토질은 일반 흙이 아니라 진흙이었고, 지하공사에서 지지대 역할을 하는 가시설을 설치할 공간도 부족했다. 이 때문에 진흙을 말려서 덤프트럭으로 반출하고, 대형장비 대신 소형장비 여러 대를 대여하느라 인건비, 자재비, 장비비 등 지출은 몇 배로 뛰었다. 설계 변경 등 변수가 늘면서 적자도 불어났다.

SK건설 측은 2020년 11월 이런 여건을 인정해 공사비를 67억 원 증액하기로 합의하고, 순차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끝내 SK건설 측은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네오그린 측은 “약속한 금액만 지불되면 공사를 끝낼 수 있다”며 항변한다.

이와 같은 갈등은 2017년과 판박이다. 앞서 하청을 맡은 A 업체 관계자는 “당시에도 도면과 현장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약 15억 원의 적자를 봐야 했다. 계속 공사를 진행했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공사 현장에서 비슷한 이유로 손해를 호소하는 지역업체가 이어지자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도 대책을 고심한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1공구 현장이 공사가 어려운 구간이라 어떤 업체가 들어와도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역업체가 참여하는 만큼 원청에 대승적 차원의 검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설계에 모든 현장 상황을 반영할 수는 없고, 문제가 있었다면 당초 도급 계약 시 언급했어야 했다”며 “추가 공사비를 최대한 보전하려 했으나 공사 중단이 반복돼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애초에 현장 변수에 따른 부담을 하청이 아니라 발주처인 공공기관과 원청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며 “대규모 관급공사인 만큼 지역 하청업체가 모든 부담을 지지 않도록 공공기관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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