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앞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선 긋고 부산·울산·경남(PK)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의 노림수는 뭘까?
이 대표는 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보수 원로와 사회단체의 집요한 야권 후보 단일화 요구에도 일관되게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16일 안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에 대해 “우리 후보가 굉장히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결국 정치적 명분을 찾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고, 경쟁적 단일화보다는 더 나은 명분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예우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지난 14일엔 “지금까지 제가 안 후보에 대해 여러 예측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들어맞고야 말았다”며 “다시 한번 예측하자면 결국 접게 될 것”이라며 안 후보의 중도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심지어 “후보 사퇴후 (윤석열) 지지선언 정도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15일 “윤 후보 주변에서 다 이긴 것처럼 오만하고 촐싹대는 사람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고문이 특정인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지적이다. 이 고문은 “같은 야당에서 안 후보를 비난하거나 욕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전직 국회의원 191명의 후보 단일화 촉구 성명을 주도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번 대선에서의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가 선거 승리를 위한 방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와 이재명(민주당) 후보가 다자 대결을 벌이면 초접전이지만 야권 단일 후보를 내세울 경우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후보 단일화만이 확실한 승리 방식인데 이 대표가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인 이유를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감정에서 찾는다. 두 사람은 20대 총선 때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어 이 대표가 안 후보에게 크게 패했다. 그 뒤로도 두 사람은 자주 충돌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차차기’ 대결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2027년 대선 출마가 확실하고, 안 후보도 이번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다음 대선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 일각에선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야권 단일 후보’를 양보한 뒤 차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안 후보가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차기 정권에서 국무총리 자리를 맡지 않고 국민의힘 대표나 경기도지사 후보를 요구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는 이유다.
이 대표가 부울경 공략에 집중하는 이유도 대선 전략과 직결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미니 봉고트럭을 타고 북, 사상, 부산진, 연제, 동래, 금정 등 부산시내 골목을 돌며 지원 유세를 펼친데 이어 16일에도 영도, 중, 서, 동, 사하, 북, 강서, 기장, 해운대, 수영, 남구를 순회했다. 이틀간 부산 전역을 돌아다닌 것이다. 그는 평소에도 “PK에서 압도적으로 득표해야 윤 후보가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울 출신으로 부친의 고향이 대구인 이 대표 입장에선 PK만 확실한 자기 편으로 만들면 차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그러나 PK엔 부산고 출신인 안 후보가 버티고 있다. 안 후보가 차차기 대선 도전으로 선회할 경우 부울경 공략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이래저래 두 사람은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사이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난다는 점에서 ‘전략적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