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민 TV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의 식민지”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강탈당했다”고 주장하며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맹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진입을 명령하기 전 국민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작정한 듯, 노골적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 내 친러 반군의 공화국 독립 승인을 정당화하면서 “미국이 뚜렷한 반(反)러시아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며 여전히 ‘미국 탓’을 했다.
BBC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시간에 걸친 TV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고대 러시아 땅으로 항상 러시아의 일부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 우크라이나의 기원도 소련에 있다고 강변하면서 거듭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더 정확히는 볼셰비키 공산주의 러시아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볼셰비키 정책의 결과 오늘날, 레닌의 우크라이나라고 부를 수 있는 소비에트 우크라이나가 등장했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에는 진정한 국가의 전통이 없다”며 우크라이나를 자극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모든 것을 거부하며 국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며 “수백만 명의 역사적 기억, 우크라이나에 사는 전체 세대의 의식을 왜곡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TV 연설을 두고 CNN은 ‘광기(Madness)’라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는 ‘불같은(fiery) 연설’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연설에 대해 ‘지난 30년간 미국과 유럽에 쌓인 불만 목록’이라고 평가했다. WSJ는 특히 “푸틴 대통령이 소련 붕괴가 낳은 러시아의 안보 상황을 되돌리려 노력하고 있으며 그의 야망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넘어 냉전 종식 당시 협상을 다시 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옛 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소련이 무너지고 경제 파탄이 계속되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서방에 비해 일방적으로 약화된 데 대해 큰 굴욕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