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중위연령 45세

입력 : 2022-03-17 18: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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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연령이라는 용어가 있다. 한 나라의 전체 인구를 연령 순서로 줄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연령을 말한다. 인구학에서 인구 전체의 평균연령보다 중위연령을 더 의미 있게 따지는 것은, 실제 연령의 대표 값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대한민국의 중위연령은 남자 43.6세, 여자 46.5세로 평균 45세이다. 다른 말로, 대한민국의 실제 평균 나이가 45세인 셈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의 중위연령은 31.8세로 인구 구조학에서는 황금기로 불렸다. 노동 가능 인구가 71.7%로 높았고 그에 비해 부양인구 비율은 낮아 한 세기에 한 번 오기 힘든 성장기회라는 말도 들었다. 32세의 젊은 대한민국은 변화와 혁신에 빠르게 적응했고, 실제로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 발전을 만들어 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빠르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역으로 중위연령이 높아지며 고령화 사회에도 더 빠르게 진입했다. 이미 1992년 중위연령이 38.5세에 접어들었다. 서서히 혁신과 성장이 감소한다는 말을 들었다.

현재 일본은 중위연령이 50세에 육박한다. 코로나팬데믹에 선진국 일본이 왜 그렇게 대처를 못했는지 여러 분석이 나왔는데 여전히 아날로그적으로 일하는 사회시스템을 지적했다. 인터넷과 앱을 통해 코로나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국민에게 전달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문서 위주로 정보를 처리하고 도장으로 서류를 결재한다. 급박하게 변하는 유행병 시대에 빠른 대처가 안되니 결국 초기 코로나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중위연령 50세의 일본은 아무래도 변화에 대한 적응과 탄력이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대한민국도 2020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당장 2030년이면 중위연령은 49.8세 즉 50세에 접어들 예정이다. 태어나서 50년은 살아야 어느 정도 사회에서 중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리부터 팍팍한 삶의 여정이 예약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중위연령이 높아지면 혁신과 유연성, 생산성의 하락이 따라온다는 건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그리 밝지만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은 늙어 가는 대한민국에 맞는 청사진과 전략을 서둘러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 고령화 위기는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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