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경태, 태희의 보호자이자 SNS 계정 '경태희아부지'를 운영하던 김 씨가 후원금 횡령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SNS 계정까지 삭제했다.
지난달 31일 각종 커뮤니티에는 택배견 경태희 보호자 김 씨가 후원금을 기부받고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횡령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기견 경태를 택배차에 태우고 다니며 정성스럽게 돌보는 모습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김 씨가 왜 횡령 의혹을 휩싸이게 됐을까.
김 씨는 지난 2월 SNS를 통해 반려견 태희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던 중 3월 초 도움이 필요하다며 개인 계좌와 함께 1시간 천원 릴레이 후원을 요청했다. 10분 후 김 씨는 너무 큰 금액이 모였다며 금액의 20%는 제외하고 나머지는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김 씨는 이틀 뒤 허가를 받지 않은 개인 후원의 경우 천만원 이상이 모이면 모든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순차적으로 환불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김 씨를 응원하며 믿고 기다렸다.
이후 지난달 27일 SNS 스토리를 통해 경태와 태희가 심장병 초기를 진단받았다며 도와달라는 글을 게재했고 29일 또다시 천원 릴레이를 통해 후원을 받았다. 두 차례 후원을 했음에도 치료비 영수증이나 후원금 내역서가 공개되지 않자 일부 누리꾼들은 후원금이 경태와 태희의 치료비에 사용한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의혹이 커지자 김 씨는 오픈 채팅방을 통해 "지금 커뮤에 도는 이야기 때문에 그러는 거냐. 모든 증빙자료를 준비 중이고 허위사실에 대해서도 대응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씨의 해명에도 사람들이 기부 내역서, 치료비 내역서, 영수증을 공개하라고 하자 결국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며 돌연 채팅방을 삭제했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김 씨가 여러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경태와 태희 병원비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며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린 대화 내용이 공개돼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 씨는 31일 SNS를 게시물을 조금씩 삭제하다 결국 계정을 폐쇄했다. 현재 해당 계정에 접속하면 '죄송합니다. 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나온다.
누리꾼들은 경태, 태희가 아픈 와중에도 굿즈나 이모티콘 홍보를 하는 김 씨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경태와 태희 건강한 지만 알려달라", "진짜 아픈데 병원은 데려간 게 맞냐", "사람 선의를 이렇게 이용할 수 있냐"며 분노와 걱정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김 씨는 지난 2020년 12월 조수석에 몰티즈 종인 경태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아 유명해졌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경태와 태희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