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강국 미래, 친환경에 있다

입력 : 2022-04-03 19:01:20 수정 : 2022-04-03 1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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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승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이런, 원래 집 크기가 지금 면적보다 3배나 더 된다는 것을 모르셨나요?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는데,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니….” 만약 집주인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속상하고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를 게 분명하다.

그런데 대한민국과 바다와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대한민국 육지 면적보다 3배나 더 넓은 해양 영토인 바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연 바다를 오롯이 우리의 국토로 만들어 왔을까?

우리는 ‘조선 강국’, 최고 기술 저력

친환경과 스마트 물류 시스템 접목

글로벌 해양경제 주도권 선점해야

삼면이 바다인 만큼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바다를 동경하고 즐겨 찾는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선박, 요트 등을 잘 만드는 조선 강국이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주로 해안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우리는 배를 타고 이동하거나 물속으로 들어가 해양레저를 즐기는 데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해양산업 역시 아쉬운 점이 많다. 국내 수산업은 지구온난화, 고령화, 선박 노후화, 열악한 근로 환경 등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완전히 전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관광레저 강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나 국민이 체감하는 해양문화 부족으로 아직은 일부만 즐기는 마니아 취향의 레저산업으로 국한되어 있다.

해양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국내 대표 해양도시인 부산은 대기오염 물질, 특히 미세 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는 항만과 선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의 2차 생성물이 주요 원인이다. 즉 바다를 오가는 선박들로 인해 부산이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숨어 있는 공간, 바다를 번영의 장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산업적 측면에서 방법을 찾아 보자. 우리는 세계 조선 강국으로서 선박과 해양구조물 설계·생산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즉, 해안에서 해양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수단인 선박과 구조물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며, 선박에서 기인한 해양오염을 과감하게 줄일 수 있는 독보적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전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LNG 운반선의 90% 이상을 싹쓸이 수주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친환경 해양항만 강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하게 일하자’는 의미를 넘어 향후 글로벌 해양경제에서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을 통해 국제 항해 선박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규제를 강화해 2020년 기준 질소산화물(TIER II), 황산화물(0.5%)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량(PHASE II)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유럽과 중국 등은 자국의 요구에 따라 배출 제한구역(ECA)을 지정하고, 이 지역에서는 모든 항해 선박이 강화된 배출 규제(황산화물(0.1%), 질소산화물(TIER III))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런 환경 규제를 뛰어넘는 것이 기술력이다. 이제 우리의 뛰어난 조선기술에 친환경 고효율 가치를 더하고 스마트 해양물류 시스템을 접목하여 세계 3위권의 해운항만 강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산업은 경제적 측면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문화적 기초 위에서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더 단단해진다. 바다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뛰어들어 한껏 즐기고자 하는 문화가 확대되어야 한다.

글로벌 해양레저 축제로 손에 꼽히는 킬 위크(Kiel Week)는 1880년 독일 킬(Kiel)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요트 대회다. 매년 350만 명이 방문해 다양한 해양 체험, 문화 이벤트, 해양학술대회 등을 펼친다. 요트, 서핑, 수상스키, 보트, 다양한 물놀이 기구가 공존하고 대단위 계류 시설 등 해양 인프라와 다채로운 이벤트로 종교,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마음껏 바다를 즐긴다.

부산에서 자란 내게도 바다는 늘 궁금하고 친근한 존재였다. 한적한 송정 바닷가에서 미역을 말리는 어부의 손길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던 어린 시절, 작은 요트에 의지해 광안리 파도를 이기고 두 발로 서는 법을 배웠던 청년 시절 등 바다는 늘 내 곁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선박을 만드는 조선공학을 공부하고 국내외 조선 현장을 거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초대 이사장직을 맡아 선박안전과 해양문화 조성이라는 엄중한 사명을 이행했다. 지금은 해양 인재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내 삶과 이력은 늘 바다와 함께해 왔다.

‘바라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사람들이 많을수록 바다는 더 많은 기회를 우리에게 준다. 호기심과 열정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던 ‘어린 그 아이’에게 큰 꿈을 꾸게 하고, 많은 것을 주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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