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이 하나의 광역 연합체, 즉 ‘메가시티’를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3개 지역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하나의 생활·경제·문화·행정 공동체를 이룬다면 수도권으로 사람과 기업이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상황을 멈춰 세울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토의 특정 지역만 기형적으로 성장해서는 국가의 경쟁력 확장이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울경의 오랜 요구가 드디어 결실을 앞두고 있다. 국내 첫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부울경 메가시티)이 올해 상반기 내 출범을 목표로 막바지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마침내 부울경은 특별연합이라는 틀을 갖추고 메가시티 완성이라는 여정에 오르게 됐다.
특별연합 규약 확정 막바지 단계
이달 내 최종 고시 마무리 목표
국내 첫 ‘메가시티’ 국가적 실험
대구 등 제2,3의 연합체 예상
1000만 인구·지역 총생산 491조
동북아 8대 경제권 도약 기대
부산시 ‘제2에코델타시티’ 계획
메가시티 시대 또 하나의 축 희망
■부울경, 드디어 메가시티를 만난다
부울경은 올해 상반기 특별연합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규약(안) 확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별연합 규약은 특별연합의 목적과 명칭, 사무, 조직 구성, 재정 등을 두루 규정하는 설치 근거로, 규약안이 최종 고시되면 부울경은 특별연합 출범을 위한 제도적 요건을 갖춘다.
부울경 3개 시·도는 한때 규약(안)에 담길 핵심 쟁점을 놓고 이견과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양보와 타협으로 규약(안) 마련에 이르렀다. 이어 부울경은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7일까지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안) 행정예고에 들어갔으며, 이후 각 시·도의회 의결, 행정안전부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4월 내 최종 고시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러면 부울경은 국내 어느 지역보다 먼저 메가시티 완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오랜 노력 끝에 맺은 결실이다. 부울경에선 멀게는 1990년대부터 지역 통합 아이디어가 나왔고, 2000년대 들어서는 광역경제발전위원회, 광역교통실무협의회,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움직임이 더욱 구체화됐다. 근년 들어 2020년 ‘부울경 발전계획’을 수립한 부울경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특별자자체 신설 규정이 마련되면서 곧바로 특별지자체 연구에 돌입, 드디어 국내 첫 메가시티라는 국가적 실험을 이끌 주인공으로 나서게 됐다.
국가적으로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은 대한민국 역사를 새로 쓸 대변화로 평가된다.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막아 국토균형발전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는 기대가 높다.
또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 강원 등 국내 다른 지역들도 부울경이 내딛는 발걸음을 지켜보고 제2, 제3의 메가시티 결성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수 부산시 자치분권과장은 “지금으로서는 특별연합 조기 안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특별연합 성공을 위해 3개 시·도가 내부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소통과 양보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1호 메가시티엔 어떤 변화가?
수도권에 버금가는 메가시티를 구축하기 위해 부울경은 2040년까지 인구 1000만 명, 지역내총생산 491조 원 도시로 성장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정도 도시 규모가 되면 부울경이 수도권 이외에 또 다른 성장 축 역할을 할 수 있고, 동북아 8대 경제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울경은 지역 내 이동의 제한을 뛰어넘을 수 있는 광역 교통망을 확충하는 일을 최우선적으로 진행할 전망이다. 부울경 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하나의 생활권부터 구축한 후에 경제, 산업,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통합과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부울경에선 지역 내 모든 곳을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도록 교통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특별연합 규약(안)에도 철도망, 도로망, 대중교통망 등 광역교통망 관련 사무가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해 7월 부산 노포동~경남 양산시 웅상, 울산 울산역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50km 구간의 광역철도 사업을 국가 선도사업으로 선정하는 등 벌써부터 부울경 메가시티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다음으로는 문화·관광, 먹거리, 보건·의료, 재난 대응, 대기·환경 등 초광역 협력 시 부울경 메가시티를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게 할 부문의 사업들도 특별연합 출범 초기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지금까지는 부울경 각각이 보유한 재난 대응 역량만으로 대응했으나 앞으로는 특별연합 주도로 3개 시·도 경계를 넘어 대응에 나서는 식이다.
이처럼 생활권을 묶는 사업들과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부울경은 가덕신공항과 진해신항 등 항만 공항 철도가 어우러지는 트라이포트를 구축해 복합 물류 인프라를 조성하고, 그에 따라 첨단 기업 유치, 산업 발전을 꾀하게 된다. 탄소중립 산업 기반 구축, 수소경제권 구축, 친환경 조선산업 육성, 자동차산업 육성, 항공산업 육성 등의 부문에 대해서도 부울경은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공통 사업으로 판단하고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 1월엔 시민들도 메가시티 실감
부울경 특별연합이 출범한다고 해도 부울경 주민들이 메가시티에 살게 됐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시기는 내년 이후일 것으로 보인다. 특별연합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사무 개시 시기가 일단 내년 1월 1일로 잡혔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특별연합의회 구성을 3개 시·도의 시·도의원 각 9명씩 27명으로 하고, 특별연합 사무소를 ‘부울경의 지리적 가운데로서 중심이 되는 지역에 둔다’는 기본 원칙 정도만 정했다. 또 특별연합 인력은 3개 시·도에서 공무원을 파견해 150명 안팎으로 구성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와 별개로 부울경은 수많은 논의와 결정을 진행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별연합의 구체적인 모습과 역할이 결정될 전망이다.
더불어 부울경 3개 시·도는 각각의 현안 사업 가운데 초광역 단위로 진행할 사업이 어떤 것이 있는지 검토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에 가장 적극적인 부산시의 경우 최근 시정의 핵심 현안을 추진할 때 초광역 협력이 가능할지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실제 가덕신공항 건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제2에코델타시티 조성 등 최근 부산시가 핵심 현안으로 추진 중인 사업들은 그 범위가 부울경 전체에 닿아 있다.
부산시가 최근 부산의 또 다른 중심 축을 만들겠다면서 새로 공개한 제2에코델타시티 조성 계획 역시 메가시티 시대를 대비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소외받은 서부산 지역이 발전되면 부산과 경남 울산을 하나로 묶는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부산시 역점 사업인 2030부산세계박람회 역시 유치에 성공한다면 성공 개최를 위해서는 부산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고 울산과 경남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특별연합 성공은 3개 시·도의 양보와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며 , 시·도민들과 적극 소통하고 필요하면 협조를 구하는 과정 역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