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 살인 피해자, 2년 전에도 경찰에 호소했지만…”

입력 : 2022-04-12 19:42:03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구포동 부부 피살사건 논란 계속

부산 북구 구포동 50대 부부 흉기피살 사건 현장 인근에 설치돼 있는 안심길 표시 .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북구 구포동 50대 부부 흉기피살 사건 현장 인근에 설치돼 있는 안심길 표시 . 정대현 기자 jhyun@

속보=부산 북구 구포동 50대 부부 흉기 피살사건(부산일보 3월 4일 자 8면 등 보도)과 관련해 피해자들은 수년 전부터 가해자들로부터 흉기 협박 등에 시달려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참다 못한 피해자들은 2년 전 흉기 협박을 당한다며 경찰서까지 찾아가는 등 지속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구했으나 결국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한다.

12일 피해자 유족에 따르면 피해 남성은 가해 남성 A 씨로부터 오랫동안 흉기나 폭언 등을 통한 협박을 받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 남성의 직장을 찾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그러다 수년 전부터는 그의 아내인 피해 여성도 협박의 대상이 됐다. 유족에 따르면 2년여 전 가해자인 30대 남성 A 씨가 피해 여성을 특정 장소로 불러냈다. 자신을 만나주지 않으면 피해 남성의 직장에 찾아가 협박을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피해 여성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약속 장소에 가보니 A 씨는 신문지로 싼 흉기를 보여 주며 피해 여성을 협박했다고 유족은 주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가해자의 협박받아

사상서 방문 대처 방법 묻기도”

경찰 “과거 협박, 전달 못 받아”


유족은 거듭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피해 여성이 2년여 전 부산 사상경찰서를 찾아가 도움을 구하려 했다고 전했다.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폭언은 물론 흉기까지 협박에 동원되자 경찰서 민원실로 달려가 ‘남편이 붙잡혀 흉기 협박을 받고 있다는데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느냐’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피해 남성과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었다. 유족은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다방면으로 도움을 구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고 당시 가족 1명도 동행했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 남성과 갑자기 연락이 돼 정식 신고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은 흉기 협박 혐의 고소 등을 위해 법무사 사무실에도 찾아갔으나 그 이상의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은 오랜 지인 관계라 피해 여성이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고소 등 절차를 밟지 않아 경찰서 방문 여부와 방문 당시 자료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경찰관이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했을 때도 과거 협박 내용 등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고, 피해 남성이 괜찮다고 답변해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피해 여성은 피살 당일 출동 경찰관과 동행하면서도 계속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며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 녹취록 등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사건 당일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흉기 협박 사실을 알렸다. 피해 여성은 휴대전화 통화에서 “가해자가 협박을 하면서 남편을 감금해놨다. 112에 신고해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가고 있다”며 “(고소를 진행할 수 있도록)법무사를 소개시켜 달라”고 말했다. 지인인 변호사는 “형사고소를 하면 된다”면서 “아는 법무사의 연락처를 보내겠다”고 답변했다.

피해 여성은 사건 당일 또 다른 지인과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흉기 협박에 대한 사실을 전하고 대처 방법을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유족은 “피해자들은 고소나 신변보호 조치를 요구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갖고 있었다”며 “경찰이 범죄를 예방하려는 의지를 가졌다면 참변을 막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크릴판으로 분리된 순찰차에서 과거 협박 등에 대해 통화하는 내용을 자세히 듣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피해 남성이 협박 사실을 부인해 경찰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