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안과 치료를 핑계로 병원에 입원한 뒤 도주한 50대 여성(부산일보 4월 4일 자 8면 보도)의 사기행각이 추가로 드러나 피해 금액이 수백억 원에 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피해자들은 이 여성이 지역 기업 ‘회장님’과의 각별한 친분을 내세워 투자를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목된 기업인은 “한때 가까이 지냈던 것은 맞으나 사기 범행은 전혀 몰랐으며, 자신도 금전적 손해를 본 피해자”라고 항변한다.
1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50대 사기범 A 씨는 부산은 물론 경남지역에서도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상품권 중개나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돈을 불려주겠다고 해놓고서는 돌려주지 않는 혐의를 주로 받는다. 심지어 사기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중에도 사기행각을 계속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가족·친지로 이뤄진 한 피해자 그룹은 올해 1월 부산진경찰서에 A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의 피해 금액은 70억 원에 달한다. 한 피해자는 “처음 투자한 1억~2억 원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이자를 지급했기에 이를 믿고 거액을 투자했다”며 “경남 진주시에 사는 다른 고령의 피해자 그룹은 50억 원가량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안다. 수천만~수억 원 단위의 개인 피해자들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그룹은 A 씨가 사업에 돈이 필요하다고 해 15억 원가량을 빌려줬으나 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2019년 11월 부산 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A 씨 혐의를 인정해 지난해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도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46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A 씨에 대해 지난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본보 취재에 응한 피해자들은 범행을 제보하며 하나같이 부산의 특정 기업을 언급했다. A 씨가 지역 중소기업 회장 B 씨와의 각별한 친분을 과시하며 ‘돈 떼일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B 씨를 공범으로 함께 고소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B 씨는 A 씨를 골프 라운딩 등 여러 모임에 데리고 다니며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A 씨에게 거액을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B 씨의 이름과 재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B 씨는 A 씨가 대표로 있던 상품권 중개업체에 2019년 10월까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당시 경찰은 공범으로 고발된 B 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A 씨만 검찰에 송치했다. B 씨는 “A 씨와 한때 가깝게 지냈던 것은 맞지만 사기 행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주변인들의 투자 정황을 알았더라면 오히려 말렸을 것”이라며 “나 역시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사기 피해자”라고 밝혔다. 이사 등재 사실에 대해서는 “회사 운영에 보탬이 되라는 뜻에서 소액을 투자하면서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면서 “그 회사가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구속집행정지 기간이었던 지난달 14일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도주한 A 씨는 한 달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부산지검은 A 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전담팀을 만들어 신병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