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코로나 후유증

입력 : 2022-04-13 19:09:39 수정 : 2022-04-14 09: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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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라이프부 차장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마른기침이 끊이지 않거나, 온몸이 천근만근에다 자주 숨이 차는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격리에서 해제되고 PCR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는데도 갖가지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몸이 코로나 이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심하게는 극심한 가슴 통증과 함께 폐렴으로 진단받거나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같은 치명적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악화되는 사례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확진 이후 수주에서 수개월동안 신체적 이상 징후가 이어지는 것을 ‘코로나 장기 후유증(long COVID)’이라 부른다. 국내 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가 13일자로 2만 명을 넘어섰는데, 누적 확진자 1583만 명 중 19%인 300만 명이 후유증 환자이거나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라고 하니 확진세 완화를 위한 방역 체계 재정비에 더해 이들 확진자에 대한 감염 후 관리 문제가 앞으로 우리 의료체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코로나 대유행 정점 찍고 둔화세 띠지만

인플레 공포 등 심각한 집단 후유증 예고

사회적 연대 균열로 취약계층 극한 고통

국민 반목 부추기는 정치권이 폐해 키워

코로나 후유증은 비단 확진자나 그 가족들만의 문제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전시 동원 체제를 방불케 하는 지난 2년간의 혼란스럽고도 숨 막히는 코로나 비상 대응체제로 그간 그 폐해들이 가려져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 사회 전체에 심각한 집단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민들 간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게 만들었다. 코로나는 예기치 않는 위협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의 평온한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각자도생, 적자생존이라는 냉혹한 생존법칙을 따라야 한다며 이웃들과 보이지 않는 벽을 쌓게 만들었다. 코로나는 ‘연대’라는 이름의 우리 사회 면역체계를 교란시키면서 가장 취약한 계층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며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2020년 연말부터 이듬해 가을까지 전년보다 100명이 늘어난 295명의 노숙인이 사회적 무관심 속에 소리소문 없이 숨졌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봉쇄로 복지체계에 과부하가 걸리고 사회안전망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민간 영역에서도 예년보다 이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별다른 자산이 없는 저소득층과 일용직 근로자, 비정규직, 한계상황에 처한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느끼는 고통도 한층 가혹하다.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이들이 코로나 감염을 ‘뜻밖의 휴가’로 받아들이는 사이 몸뚱이 하나가 전 재산인 이들에게는 당장의 절박한 생계 위기로 다가온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과 상실감, 무력감, 울화가 많은 이들을 자포자기 심정으로 내모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보건복지부가 1월 발표한 ‘2021 코로나19 국민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다는 비율이 2021년 3월 9.7%에서 12월에는 13.6%로 늘었다. 또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이 심각한 우울증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 명 아래로 떨어지고, 부산도 1주일째 1만 명 아래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연말 대한민국을 강타한 코로나 대유행이 정점을 찍고 둔화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코로나의 뒤끝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그 후유증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면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우리 경제를 덮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촉발된 원자재 대란도 상당한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금리를 인상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극약 처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로 인한 물가 상승과 늘어난 빚 부담, 일자리 감소는 서민들에게 코로나보다 더 가혹한 지옥도를 예비해 놓고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과 전세가 폭등으로 한층 극심해진 자산 양극화와 이로 인한 계층 간 갈등이 이제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을 지도 모른다.

한층 우려스러운 점은 민생 경제 대책을 세우고 코로나 후유증 치유에 총력을 쏟아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국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검찰 수사권 폐지 논란으로 극한 대립을 일삼으며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는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기록된 이번 대선의 제2라운드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난 5년간 세대·계층·성별·지역으로 국민들을 갈라치기하면서 대한민국을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뜨렸던 여야 정치권은 자신들의 지방권력 쟁탈을 위해 또 한 번 국민들 사이에 반목과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로 심하게 균열이 간 사회적 연대가 선거 후유증까지 더해져 아예 결딴날까 두렵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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