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여파로 전국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재개발 구역에서 처음으로 계약 해제 사업장이 나왔다. 최근 서울시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현산의 경영난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금사 촉진A구역 주택재개발조합에 따르면 이날 열린 총회에서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현산 컨소시엄 계약 해제 안건이 가결됐다. 전자투표와 서면결의서 제출을 통해 진행된 찬반 투표에 전체 조합원 928명 중 787명이 참가해 440명이 해제를 찬성했다.
서금사 촉진A구역은 금정구 부곡동 332-4(1구역)와 773-1(3구역) 일대 11만 9923㎡에 2300세대 규모를 조성하는 사업장이다. 일명 ‘내륙 대장’ 중 한 곳인 장전 래미안 맞은편에 위치한데다 도시철도 온천역과 접한 초역세권으로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부곡2구역, 서금사 5·6구역 등 인근에 대형 재개발 사업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어 금정구 ‘뉴타운’의 중심 지역으로 평가 받는다. 치열한 수주전 끝에 2018년 롯데건설과 현산의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지난해 광주 사고 이후 시공권 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조합 측은 “최근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현산의 경영난이 재개발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전했다. 조합 측은 빠른 시일 내에 대의원 회의를 열어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후 전국에서 현산의 시공권 해지가 잇다르고 있다. 현산은 최근 경기 광주시 곤지암 역세권 신축 아파트의 시공 계약 해지를 비롯해 광주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과 경기 광명11구역 재개발의 시공에서 제외됐다.
영업정지 처분으로 신규 수주를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장의 계약 해지가 이어질 경우 현산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업정지 처분은 광주 학동 붕괴 사고에 따른 것으로, 화정아이파크 사고 책임으로 ‘등록말소’ 처분까지 추가로 이뤄질 수 있어 기존 사업장의 동요가 크다.
이 때문에 현산은 영업정지 전 파격적인 제안으로 신규 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기존 사업장에도 시공권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음 달 22일 시공사 계약 해지 총회를 여는 시민공원 촉진3구역에는 미분양 발생 시 대물변제와 이주비 대출 100%·이사비 1억 원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산의 ‘선물 공세’가 당장의 시공권 유지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결국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광주 사고에도 불구하고 현산이 전국에서 신규 수주에 성공하며 기사회생의 발판의 마련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주를 위한 무리한 제안이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켜 경영 정상화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