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면적에 대한 전체 인구 비율이 인구 밀도이다. 우리나라 인구 밀도는 세계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선진국 중 세계 1위이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 대비 인구를 고려해 산정해 보니, 4명이 축구장 1개 면적에서 살고 있다. 이 4명이 축구장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살 수 있다면 외부 교역 없이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 이게 가능할까? 그렇게 되려면 축구장 내부에서 생존에 필요한 4가지 요건(맑은 공기와 물, 식량과 에너지)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독자 생존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약 2.5명이 축구장 1개 면적에 살고 있다. 우리보다 다소 여유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독자 생존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는 외부 교역, 즉 수출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숙명을 가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세계의 공장 중국도 축구장 1개 면적에 1명이 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끊임없는 공장 가동과 수출을 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넓은 국토를 가졌지만 4대 생존 요건이 갖추어진 땅만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나 여타 국가들도 외부 교역 없이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인구 밀도이다.
대부분 국가, 국제 교역 없이 생존 불가
러시아 침공 전쟁도 에너지 문제가 원인
밥상 물가 상승으로 정치적 불안 야기
유능한 인재 양성이 국가 생존 좌지우지
유일하게 미국만이 인구 밀도 측면으로는 독자 생존이 가능한 국가로 판단된다. 축구장 4개 면적에 1명이 살고 있다는 계산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그 면적에서 4대 생존 요건이 갖추어진 곳이라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기축통화국인 관계로 외부와의 교역은 불가피하다. 결국 독자 생존이 가능한 인구 밀도를 가진 미국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대다수 국가들은 외부와의 교역 없이는 생계유지 불가능의 숙명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우크라이나에 의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시도로 언급되고 있지만, 그 내면은 국가 독자 생존에 필요한 4대 생존 요건 중 하나인 에너지 문제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로 국부를 창출하는 국가다. 러시아에서 서유럽으로 연결되는 수출용 가스관이 우크라이나를 관통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해야만 하는 러시아로서는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연중 얼어붙은 땅이 많아 생활 가능 면적 대비 인구 밀도는 독자 생존의 수준은 아니다. 결국 외부 교역을 해야만 하는 숙명에 놓여 있는 러시아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 우크라이나의 전부 혹은 일부라도 확보하여 서유럽으로의 연결 통로가 꼭 필요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 침공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덧 2개월을 넘겨, 드디어 우리의 4대 생존 요건 중 하나인 식량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역은 오랜 기간 동안 전 세계 밀 수출의 10% 이상, 옥수수 수출의 10% 이상, 해바라기유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인 곡창 지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빵값과 식용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밥상 물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밥상 물가의 상승은 가처분소득을 그만큼 감소시켜 삶을 더 궁핍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어느 나라에도 정치적 불안을 불러올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 있다. 2011년의 ‘아랍의 봄’이다. 아랍 중동 및 북아프리카 일대의 반정부 시위운동이었는데, 기후변화에 따른 밀 생산량 급감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결국, 에너지와 식량의 자급자족이 숙명적으로 불가능한 전 지구적 인구 밀도는 세계 각국을 국제 교역으로 몰아넣었고, 그 교역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전쟁을 유발했다. 또, 그 전쟁으로 세계는 또다시 에너지와 식량 문제를 앓게 되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210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는 100억 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의 78억 명보다 20억 명이 더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각국의 인구 밀도는 높아져 독자 생존 여건은 더욱 악화되므로 국제 교역은 더욱더 치열한 분쟁 속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 중 세계 1위의 인구 밀도인 대한민국. 2100년이 되면 현재보다 1500만 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지금은 축구장 한 개 면적에 4명이 사는 인구 밀도이지만 그때가 되더라도 3명이 살게 되므로 외부와의 교역은 숙명적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숙명 앞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 봐야 한다. 인구 밀도에서 시작된 문제, 그 해결 실마리는 궁극적으로는 일당백의 일을 할 수 있는 인재가 아닐까. 인구 밀도가 우리에게 던지는 숙명적 메시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