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을 맞은 경남 거제대학교가 ‘서부 경남 중추 대학’ 도약을 선언했다.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제2 개교’에 버금가는 변화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지방대학 소멸 위기를 딛고 명문 사학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학교법인 덕부학원은 2일 거제대 정보관 긍지홀에서 김종각 명예이사장·제9대 허정석 총장 취임식을 열었다.
덕부학원은 그동안 거제대를 운영해 온 세영학원의 새 이름이다.
학교 운영권을 인수한 (주)동일이 창업주 김종각 회장의 호를 따 명명했다.
덕부(德阜)는 ‘덕의 언덕’이란 뜻을 담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지역 인재 양성에 기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김종각 명예이사장은 “거제대는 지역 유일의 고등교육기관으로 거제시민의 자랑”이라며 “그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인재양성에 제 역할을 해 주었다”고 운을 떼었다.
이어 “이제 우리가 그 책임을 맡게 된 만큼 시설 현대화와 학과 개편, 교직원 후생복지 강화 등을 통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축사에 나선 덕부학원 김형수 이사장은 ‘New Start, 젊고 활기찬 거제대’를 기치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지역 대학이 처한 현실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라고 했다.
특히 “익숙했던 과거 관행과의 결별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우리 학생을 학교가 받들어야 하는 고객이라는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대할 때 거제대의 변신이 시작될 수 있다”면서 구성원 모두의 각별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도움을 당부했다.
허정석 신임 총장은 다닐 때 즐겁고 나올 때 취업 잘 되는 ‘작지만 강한 대학’을 선언했다.
허 총장은 “당장 5년 후를 가늠하기 어려운 급변하는 환경 속에 대학발전의 세계적 추세는 작고 강한 대학”이라며 “한국을 넘어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직업교육의 국제적인 표준을 제시하는 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거제대는 1990년 옛 대우그룹이 학교법인 대우학원으로 개교한 거제전문대학이 모체다.
당시 대우조선 내 건물을 임차해 2년제로 출발했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1996년 현 장승포동 학사로 신축, 이전했다.
그런데 대우그룹 해체로 지원이 끊겼고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자, 대우조선해양이 세영학원을 설립해 대우학원으로부터 증여받았다.
세영학원과 동일은 1년여의 실무 협의 끝에 지난 3월 학교법인 운영권 양·수도 본계약을 체결했다.
동일이 200억 원을 출연하고 학교법인 이사장을 포함한 임원 추천권을 갖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김형수 이사장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편했고, 지난달 교육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인수 절차가 마무리됐다.
덕부학원은 동일이 출연한 기부금 200억 원으로 적극적으로 운용하며 학사 운영에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재단 산하 학교인 거제국제외국인학교(ISK)도 글로벌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애서튼 국제외국인학교(Atherton International School)’로 새롭게 출발한다.
ISK는 대우조선이 자사에 선박 건조를 의뢰한 선주사 측 외국인 직원 자녀를 위해 만든 교육 시설이다.
1975년 대우조선해양 사내 학교 부서로 시작해 2013년부터 세영학원이 운영을 맡았다.
애서튼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지역으로 구글, 애플 등 산업 혁신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앞으로 학생수요층을 다양화하고, 교육도 과정을 혁신해 활로를 찾기로 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