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치솟고 있다. 상승 속도가 전문가들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로 올라선 뒤 줄곧 3%대를 유지했다. 올해 초만 해도 정부는 물가가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3월에 4.1%를 기록하더니 4월엔 4.8%로 급등했다. 5월에는 5%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이런 상승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8월(6.6%) 이후 처음 보는 것이다.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데 물가만 이렇게 무섭게 오르니 국민들은 몹시도 불안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성장 둔화도 우려되지만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보통 일이 아니다.
제때 수습하지 않으면 사회 혼란 초래
최우선 국가 정책 삼아 총력 기울여야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물가는 더 심각하다. 실제로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4월에 이미 5.7% 올랐다. 그중에서도 휘발유, 경유, 자동차용 LPG 등 이동에 필수적인 석유류가 무려 30%대 상승률을 보였다. 말 그대로 폭등세라 주유소 들르기가 무서울 수밖에 없다. 살면서 특히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식품류도 심상치 않다. 돼지고기 등 축산물과 가공식품, 외식 물가가 7% 이상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도 그 비슷한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거 안정 정책을 폈음에도 전세는 2.8%, 월세도 1.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서민들이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진 세상이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단기간 내 물가가 진정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전 지구적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 요인이 꽤 오래 지속할 것이고, 내부적으로도 ‘소상공인 추경’ 등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 심리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도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상당폭의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암울한 전망만 내놓을 뿐이다. 정부만이 아니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 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른다는 걸 국민들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에 국민들의 좌절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중요한 게 새 정부의 역할이다. 인플레이션은 제때 수습하지 않으면 사회를 파멸시킬 수 있는 병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가는 민생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정과제 110개 선정” 운운도 좋지만 물가를 잡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물가 안정을 어느 현안보다 중요하고 시급하게 여겨 총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한다. 석유류와 식품류의 원활한 수급에 만전을 기하고 물가 오름세 심리를 억제하는 등 다양한 대내외적 변수에 대응할 정교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거듭 당부하지만, 새 정부의 최우선 정책은 물가 잡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