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청이 지역의 대표 하천인 대천천 일대 진입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사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자 이에 반발한 토지 소유주가 대천천으로 향하는 진입로를 폐쇄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북구청은 뒤늦게 토지 소유주와 협의를 시도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갈등 해소가 쉽지 않아 한동안 주민 불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입로 조성 중 사유지 무단 성토
공사 반발한 소유주, 통로 폐쇄
구청, 뒤늦게 원상복구 등 수습 중
지난 3일 오전 10시께 북구 화명동 금정산으로 올라가는 산성로. 대천천 애기소로 향하는 길 인근 나무에 ‘사유지임으로 출입을 제한합니다’는 안내문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계속 길을 따라가자 입구에 거대한 돌덩이 두 개가 놓여 있었고, 길 한가운데는 움푹 패여 통행이 불가능했다. 토지 소유주가 지난달부터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애기소로 향하는 출입로를 폐쇄한 것이다.
길이 폐쇄되자 평소 산책을 위해 애기소를 찾던 주민들은 출입이 불가능해졌다. 이날 현장에서 한 주민은 나무를 붙잡는 등 위험천만하게 길을 지나다녀, 안전사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5일 북구청에 따르면 토지 소유주는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북구청이 실시한 ‘화명 대천천 물놀이장 진입로 정비공사’에 반발해 출입로를 폐쇄했다. 북구청이 당시 공사를 진행하면서 차량과 장비 등을 옮기기 위해 사유지를 무단으로 성토하자 이에 반발한 토지 소유주가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토지 소유주는 원상복구뿐만 아니라 출입로 전면폐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청은 2019년부터 국비와 구비 등 17억 8000만 원을 들여 북구 화명동 172번지 일대에 진입로 정비공사를 진행했다.
북구청의 안일한 행정으로 주민들이 수십 년째 이용하던 출입로가 폐쇄되자, 지역 환경단체도 항의하고 있다. 대천천네트워크 측은 여름철 시민들이 대천천을 방문할 것에 대비해 토지 매입 등을 통해 진출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천천네트워크 유진철 환경지킴이 단장은 “북구청의 어이없는 행정 탓에 지금껏 산책로를 이용해온 애꿎은 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길을 지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여름이 다가오면 대천천 방문객이 급격하게 증가할 텐데 그 전에 북구청이 토지 소유주와 협의를 진행하고 토지 매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 측은 공사를 담당하는 업체가 사유지인 줄 모르고 성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하며, 뒤늦게 토지 소유주와 원상복구 등을 놓고 협의에 들어갔다. 북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현재 토지 소유주가 어떤 조치를 원하는지 물어보고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소유주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협상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