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지만 1기 내각 인준을 둘러싼 여야 대립은 좀체 해결될 기미가 없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지렛대로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 ‘부적격’ 후보자들의 낙마를 압박한다. 반면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새 정부 출범에 타격을 주기 위해 발목잡기 행태를 고수한다”며 맞선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지명한 18명의 장관 후보자 중 임명장을 받은 사람은 7명이다.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11일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방역 수장들이 대거 불참하는 등 국정 차질도 현실화되고 있다.
‘1기 내각’ 인준 놓고 여야 대립 격화
중대본 회의 방역 수장 불참 사태도
여 “발목 잡기” 야 “부적격 후보 낙마”
국민의힘은 이날 ‘반쪽 내각’ 출범에 따른 국정 공백 우려와 함께 코로나19 피해지원 등 민생 현안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인준 비협조를 비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튿날 ‘원포인트’ 당정 협의를 열어 코로나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점검한 데 이어 통상 국무총리가 했던 추경 시정연설을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각 인선 난항과 관련, “윤석열 후보를 찍었든 찍지 않았든 정부가 안정돼야 민생도 안정되고, 정부가 안정돼야 국민 마음이 하나가 된다”며 “정부 출범 발목잡기식의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국민들은 비판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6·1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기현 의원은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의회 권력 유지를 위한 흉기로 쓰는 것”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인준 반대 움직임이 사실상 한동훈 후보자 등 일부 내각 후보자를 겨냥한 정치 공세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 이준석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덕수 후보자에 대해 “민주당 정부에서 총리 지내신 분을 저희가 다시 선임한 것은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민주당에 대한 배려 의지도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 호의를 뭐로 갚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반면 민주당은 ‘협치’ 대신 다수의 횡포를 지적한 ‘반지성주의’를 언급한 전날 윤 대통령의 취임사를 거론하며 한덕수 후보자의 인준안 부결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 방향을 논의한다. 총리 인사청문 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총을 거치며 인준안 부결로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본다”며 “전날 취임식에서 윤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면 몰라도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 부결을 막아 보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KBS 라디오에 출연, 한 후보자에 대해 “고관대작 하신 분이 사기업에 가서 엄청난 급여를 받은 게 국민 정서에 맞느냐고 되묻고 있는 것”이라며 “모든 것을 다 프리패스해 달라고 하지 말고, 인사에 문제가 없는지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인준안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일부 부적격 후보에 대해서는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인준안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의원들 전체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갓 출범한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를 강제로 떨어뜨릴 경우 6·1 지방선거에서 역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국회가 첫 총리 인준안을 부결시킨 사례는 극히 드물다. 민주당이 한덕수 후보자 인준안 부결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는 ‘낙마 1순위’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응하는 여론전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한편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 회의는 본부장인 국무총리와 1차장인 보건복지부 장관, 2차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없는 가운데 열렸다. 한 후보자뿐만 아니라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자 모두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아직 임명장을 받지 못한 상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