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무슨 음식이든 튀기면 맛있어진다. 뜨거운 기름에 식재료를 빨리 익혀 바삭한 식감이 살아 있고 기름 맛이 더해져 고소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름을 ‘제6의 맛’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이 사람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등 다섯 가지 기본 맛 외에 지방 맛, 즉 기름 맛을 느낀다는 내용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혀의 윗면에 맛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있는데 지방 분자를 인지해 기름을 독립적 맛으로 구분해 낸다는 것이다.
인류가 식용유를 사용한 역사는 고대 이집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피라미드에서 참깨, 올리브에 대한 기록과 함께 아마씨유, 피마자유가 출토됐다. 기원전 1000년께에는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스 등지에서 올리브를 재배하고 기름으로 짜 이집트까지 수출했다는 기록도 있다. 식용유 대량 추출 기술이 발달하고 다양하게 음식에 사용된 역사는 100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 동방유량(옛 사조해표) 공장이 가동되면서 식용유 양산 시대가 열렸다. 명절 선물로 설탕과 식용유 세트가 인기를 끈 것도 그즈음부터다. 2000년대 들어 올리브유가 건강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고 식용유를 선택해 먹는 문화가 생겼다.
우리 식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식용유가 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 등 대형 할인 매장들이 식용유 구매를 1인당 1~2개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식용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사재기 조짐이 감지되자 선제 방어에 나선 것이다. 해바라기씨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해 생산과 수출길이 막히자 콩기름, 팜유 가격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중단해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식용유 수급 불안은 밥상 물가뿐만 아니라 외식과 가공식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팜유는 분식, 튀김류, 제과제빵, 라면 등 가공식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식용유 수급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거리 두기 해제로 이제 장사 좀 하나 싶더니 식재료 상승이 발목을 잡는다. 국민들 입장에선 먹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없다. 휘발유값 오르는 건 참아도 식용유값 오르는 건 못 참는다는 말까지 생겼다. 이러다 치킨도 맘 놓고 못 먹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