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탑차’ 주정차 단속 유예 조례안은 위법” (종합)

입력 : 2022-05-18 16:33:19 수정 : 2022-05-18 19: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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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도매업체 행정처분 유예안
대법 “조례제정권 한계 넘었다”
행안부·부산시 만류 불구 강행
시의회 무리한 입법 비판 목소리

납품 도매 차량에 주정차 위반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부산시 조례가 대법원에 의해 폐기됐다. 배달을 위해 도로변에 정차해 있는 차량. 부산일보DB 납품 도매 차량에 주정차 위반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부산시 조례가 대법원에 의해 폐기됐다. 배달을 위해 도로변에 정차해 있는 차량. 부산일보DB

속보=소위 ‘탑차’라 불리는 납품 도매 차량에 주정차 위반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부산시 조례(부산일보 2021년 8월 18일 자 2면 보도)가 대법원에 의해 폐기됐다. 부산시의회가 행정안전부와 부산시의 만류에도 민생을 위한다며 강행한 조례인데, 상위법과 충돌해 결국 백지화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는 부산시장이 부산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소송에서 부산시장의 청구를 받아들인다고 18일 밝혔다.

‘부산시 납품도매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부산시의회 도용회(더불어민주당·동래구2) 의원이 지난해 발의해 공포됐다. 부산지역 납품도매업체들이 지역 대학 출신을 우선 채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납품 도매 차량에 시장과 구청장 등이 협의해 주정차 위반 행정처분을 자동 유예하는 것이 골자다.

행정안전부는 이 조례안이 법률의 위임 없이 납품도매업체에 채용 의무를 설정하고, 권한에 없는 주정차 위반 과태료 감면 규정을 넣었다며 부산시에 재의를 요구했다.

이에 부산시는 시의회에 재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의회는 원안대로 조례안을 의결했고, 부산시는 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은 대법원에서 단심으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조례안 중 지역 대학생 우대 조항은 현행 지방대 육성법에 지방자치단체 위임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주정차 과태료 자동유예 조항은 조례제정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위반 단속과 과태료 부과·징수 사무는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규율이 요구되는 ‘국가 사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국가 사무는 자치 사무와 달리 지자체 조례로 정할 수 없다. 특히 도로교통법의 경우 국민의 생명에 직결되다 보니 전국적으로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례안이 논의될 때부터 행안부와 부산시는 도로교통법 등 상위법과 충돌한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탑차들의 무분별한 도로 점거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시민들의 불편도 만만치 않다.

예전부터 중소 상공인을 중심으로 납품 도매 차량에 주정차 위반을 면제하거나 단속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요구는 이어져 왔다. 행안부와 부산시도 조례의 취지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시의회가 법적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시의회 의장 직권으로 조례를 공포하는 등 무리한 입법 절차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은 “조례안의 일부가 효력이 없는 경우 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은 효력이 전부 부인된다”며 시의회의 납품도매업에 관한 조례안 전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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