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한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던 60대 여성이 숨진 지 수개월이 지나 발견됐다. 여성은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이자 기초생활수급자였지만, 지역 복지기관의 손길을 마다하다 결국 보호망에 마지막으로 포착된 지 약 1년 만에 숨졌다.
영도구 동삼동 아파트서 발견
정신질환에 대인기피 심해
입원 치료 등 행정적 도움 거절
“유관기관 대응 아쉬워” 지적도
24일 영도경찰서와 영도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10시께 영도구 동삼동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 A 씨가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과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A 씨가 임대료와 관리비를 오랫동안 내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는다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신고를 받고 A 씨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문을 강제로 열었고, 집안에서 숨져 있는 A 씨를 발견했다. 집은 쓰레기와 악취로 가득했다. 당시 현장을 찾은 검안의는 A 씨가 숨진 지 최소 6개월 이상 됐다는 소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동 행정복지센터 등에 따르면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오랫동안 우울증과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아파트에는 2002년부터 혼자 살았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수년 전 A 씨 가족이 생필품을 들고 찾아왔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간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행정복지센터와 영도구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은 A 씨의 건강 관리를 위해 두 차례 입원을 권유했지만 입원을 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대인 기피와 저장강박 증세 등 A 씨의 정신질환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해 2018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입원을 권유했지만, A 씨가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이다. 입원을 위해서는 본인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3월 공무원들은 ‘집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웃의 민원에 A 씨의 집을 세 차례 방문했다. 두 번째로 입원을 권유한 것도 이 때다. 당시 A 씨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며 방문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가 마지막 ‘돌봄’이었다. 결국 A 씨는 복지망에서 소외된 지 약 1년 만에 운명을 달리했다.
행정복지센터는 A 씨 관리에 일부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행정적 도움을 지속해서 거절하는 탓에 더이상 손 쓸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도 수시로 A 씨 집을 찾아 문을 두드리기도 했지만 A 씨가 일부러 응답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좀 더 일찍 A 씨의 집에 들어갈 생각을 못했다”며 “소통 자체에 어려움이 있어 A 씨를 관리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A 씨의 사례처럼 홀로 사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긴급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당사자가 거절하더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정신질환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혼자 생활하도록 두는 것은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며 “유관기관이 협력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복약 관리나 입원 등 필요한 조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