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숨지고 9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한 에쓰오일 온산공장 폭발·화재 사고(부산일보 5월 23일 자 8면 등 보도) 당시 에쓰오일 측이 안전관리자를 투입했는지 여부를 놓고 공방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원청업체 안전관리자도 없이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 난 사고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반면, 에쓰오일 측은 안전관리자가 현장에 분명히 있었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 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24일 “에쓰오일 사고 현장에 투입된 하청업체 노동자 3명과 부상자 가족 등을 인터뷰한 결과, 사고 당시 원청 안전관리자가 없었다는 다수의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투입된 하청업체는 에쓰오일에 상주하면서 밸브 정비작업을 하는 ‘아폴로’다.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에쓰오일이 알킬레이션 공정의 부탄 컴프레셔 밸브 고착 해소를 위한 정비 작업을 아폴로에 요구했다고 한다. 알킬레이션은 부탄을 이용해 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인 알킬레이트를 추출하는 작업을 말한다.
원·하청업체 작업자들은 이날 오후 8시께 가스 측정기로 잔여 가스를 확인하며 볼트를 풀고 있었고, 갑자기 가스 감지기가 울렸다고 한다. 그리고는 가스 새는 소리가 심해지더니 약 20~30초 후 굉음과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결국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원·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9명이 중경상(중상 4명)을 입었다.
운동본부는 “위험한 작업인데도 현장에는 원청업체 에쓰오일의 작업관리자가 없었고, 하청업체 안전관리자만 현장에 있다가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작업자들이 위험할 때 대피할 수 있는 공간도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잔류가스 배출이나 작업 중 가스 누출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하청 노동자에게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측은 “사고 현장에 하청업체 안전관리자 1명과 원청업체 안전관리자 2명이 투입됐다”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대피로와 수직 사다리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고 원인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에쓰오일 측은 사고 이튿날인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시운전 중 콤프레셔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으나, 운동본부 측은 “(에쓰오일 측 주장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이 크게 분노했고, 사실은 시운전 중에 밸브가 작동하지 않아 밸브 정비작업을 하다가 가스가 누출되면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청업체의 안전 관리 부실이 폭발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청업체의 안전관리자 투입 여부, 가스 누출 경위 등이 앞으로 경찰 수사와 관계 기관의 원인 규명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