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기름값… 운전하기가 무섭다

입력 : 2022-05-29 18:19:48 수정 : 2022-05-29 19: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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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경유 L당 2000원 돌파
2008년 판매가격 집계 후 처음
저렴한 주유소 찾아 ‘원정 주유’
유가 연동 보조금 대책도 역부족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부산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정보. 이재찬 기자 chan@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부산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정보. 이재찬 기자 chan@

“기름값이 치솟아 운전하기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사상구까지 약 40분 거리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던 회사원 김성민(32) 씨는 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기름값 때문이다. 김 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 상승에 기름값마저 올라가니 드라이브는커녕 출퇴근도 부담스럽다”며 “당분간은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판매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2000원을 넘어서는 등 유가가 3주 연속 상승하면서 운전자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기름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자가용 운행을 포기하거나 카풀이 늘어나는 등 시민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휘발유는 전날보다 0.68원 오른 L당 2008.3원, 경유는 0.09원 오른 L당 2005.71원을 기록했다. 국내 경유 가격은 앞서 지난 11일 자에 휘발유 가격을 넘었고, 이어 24일 사상 처음 L당 2000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 26일에는 휘발유 가격도 L당 2000원을 넘어섰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2000원을 돌파한 것은 2008년 전국 판매가격 집계 이후 처음이다.

기름값 상승은 서민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유 택배차량을 운행하는 이들에게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경윳값은 가혹하기만 하다. 부산지역 택배기사 정 모(36) 씨는 “기름이 떨어지는 게 두려워 아파트 한 곳에 택배상자를 몰아 내려놓은 뒤, 탑차를 주차하고 여러 개 동을 뛰어다니고 있다”고 호소했다.

기름값 인상에 ‘카풀’은 물론, 가격이 더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가 한꺼번에 주유하는 ‘원정 주유’도 성행한다. 회사원 이성윤(41·부산 동래구) 씨는 “주위에는 기름값 아낀다고 같은 방향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끼리 카풀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차를 최소한으로 운행하고 기름이 거의 다 떨어지면 동네 최저가 주유소를 검색해 찾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에 자가용 운행이 줄면서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차 문제도 불거진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평일 오전 10시면 지상 주차면이 대부분 비어있었는데, 기름값이 서서히 오르자 평일 오후에도 주말 못지 않게 주차 공간이 없을 정도"라며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입주민도 더 늘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거리 운행이 기본인 생계형 운전자들은 특히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화물차, 택시 등 사업용 경유 차량을 모는 자영업자를 위해 경유 보조금 지급을 늘리기로 했으나, 급등한 기름값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2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 폭등에 화물 노동자들은 수백만 원이 넘는 유류비 추가 지출로 생존권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의 유가 연동 보조금 등 대책은 적자 운송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당분간 국내 기름값 상승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는 “높은 국제 유가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국내 유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휘발유, 경유 등 수요가 더 커져 고유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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