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사람을 습격하는 등의 까마귀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부산에서 올해만 100건에 육박하는 관련 신고가 접수돼 119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9시 41분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까마귀가 아파트 단지 나무에 둥지를 틀었는데, 주변을 지나가는 주민들을 공격한 것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민원이 잦아지자 심지어 ‘까마귀 공격으로 인해 반대편 인도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둥지 주변을 통제하기도 했다. 출동한 소방대원은 둥지를 철거해 조류 전문가에게 인계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봄철 들어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만 올 들어 97건 신고
해운대, 둥지 주변 인도 통제
“5월 번식기로 새끼 보호 예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약 5개월간 부산에서 접수된 까마귀 관련 신고는 97건이다. 대부분 까마귀가 사람을 습격한다거나 까마귀 둥지를 철거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다. 까마귀 관련 신고가 늘어난 것은 봄철이 까마귀 번식기이기 때문이다. 번식기 중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은 까마귀가 행인이 새끼를 습격하는 줄 알고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조류 전문가의 설명이다. 특히 해운대 그린시티(옛 해운대 신시가지) 등 가로수가 오래되고 풍성한 곳은 까마귀들이 둥지를 만들기 좋은 환경으로 꼽힌다. 시민 박 모(42·해운대구 좌동) 씨는 “해운대 그린시티에 까마귀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면서 “가까이서 보면 비둘기보다 몸집도 훨씬 크고 부리도 위협적으로 생겨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최근에 아파트 단지 주변에 까마귀들이 많이 보이는데 쓰레기봉투를 쪼아 거리가 더러워지는 데다 가까이 가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조류 전문가는 번식기인 봄철에는 까마귀가 몰려 있거나 둥지가 관찰되는 곳에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혁두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까마귀가 먹이 등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서 도심지 등 한 곳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5월은 번식기 막바지로, 먼저 공격하지는 않지만 둥지 인근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새끼를 보호를 위해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관찰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