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가 거대한 풍선이 됐다. ‘공기 가득한 캔버스’에 세상을 비춘다. 노주련 개인전 ‘미러링(Mirroring)’ 전시장은 빛의 풍선으로 채워진 느낌을 준다.
“2020년 11월부터 3개월간 산성마을에 있는 킴스아트필드미술관에서 관객 참여형 전시 ‘미러 큐브’를 열었어요. 원형 전시장을 만들고 벌룬(풍선)을 띄우고, 벽에 비친 자기 모습을 찍은 관람객 사진을 받았어요. 그때 받은 이미지를 선택·재구성한 것이 이번 전시 작품입니다.” 얼핏 반짝이는 딱지로 만든 육면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딱지 또는 딱지에 비친 이미지를 인쇄한 천으로 된 풍선이다. 풍선 내부의 조명을 미세하게 조정한 탓에 ‘진짜’처럼 보인다.
노 작가에게 딱지는 익숙한 놀잇감이다. “남자 형제만 둘이라 어릴 때부터 많이 가지고 놀고, 많이 만들어주기도 했어요. 그런 딱지를 내가 좀 더 잘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천을 씌워 보고, 재료를 변화시켜 메탈릭한(금속성의 느낌을 주는) 딱지도 만들어 봤죠.”
반짝이는 딱지 표면에 비치는 세상을 보며 노 작가는 ‘딱지 하나가 내 세상이고, 여기 비친 모습이 내가 해석하는 세상의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거울 같이 평평한 것들은 이미지가 즉각적으로 눈에 들어오지만, 딱지는 옆면이 있는 입체잖아요.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봐야 내 모습이 제대로 보여요.”
딱지에 비친 세상은 관찰자의 움직임에 따라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인다. 한 이미지가 면으로 분할되기도 하고, 한 존재가 두 개의 이미지로 나뉘기도 한다. “자기 모습은 정말 잘 봐야 보이거든요. ‘미러 큐브’ 자화상 시리즈는 어떻게 살아오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코로나 시대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도 합니다.”
노 작가는 갤러리폼에서 열리는 개인전 ‘미러링’ 말고도 여러 곳에서 개인 또는 단체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의 ‘원더 큐브’, 금정구 디오티미술관의 ‘오늘은 행복으로 할래’, 해운대구 뮤지엄원의 ‘치유의 기술’에서 작가의 다양한 작업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내가 비춰보고 싶은 것, 비친 것, 다른 사람에 의해 다르게 비친 것 등이 교차되는 지점이 있어요. 그렇게 여러 결의 비침이 제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전시 소개글의 문장이 딱 맞아 보인다. ‘미러링’ 전시는 6월 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갤러리폼(롯데갤러리움 3층)에서 열린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