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유세차량 사고 반복… ‘시민 안전’마저 위협

입력 : 2022-05-30 19:23:01 수정 : 2022-05-31 08: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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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세워져 있던 6·1 지방선거 한 후보 유세차량에서 불이 났다(왼쪽). 29일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서 한 후보 유세차량 구조물이 도로로 떨어졌다.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19일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세워져 있던 6·1 지방선거 한 후보 유세차량에서 불이 났다(왼쪽). 29일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서 한 후보 유세차량 구조물이 도로로 떨어졌다. 부산경찰청 제공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 유세차량이 불에 타거나, 멀쩡한 지하차도 입구를 들이받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선관위는 ‘연설대담용 차량은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는데, 당선에 혈안이 된 정당들은 유세차량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유세차량으로 시민 안전이 위협받는 실정이다.

30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9일 오전 7시 30분께 서구 서대신동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A 후보의 유세차 구조물이 전선에 걸려 떨어졌다. 이날 오후 5시 41분 동구 초량동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B 후보 유세차 구조물이 제1지하차도 입구 윗부분을 들이받아 파손됐다. 경찰은 B 후보 유세차가 높이 솟은 스크린을 내리지 않은 채 3.5m 높이 지하차도를 지나가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지선 유세 첫날부터 길거리서 전소

지하차도 입구 부딪쳐 파손되기도

각 정당, 차량 현황조차 파악 못 해

당선·표심에만 관심 ‘안전불감증’

자율적 안전 수칙 준수 노력 필요


이번 선거 공식 유세 첫날에는 유세차가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길거리에서 전소됐다. 지난 19일 오전 6시 30분께 동래구 온천동 길거리에 세워진 유세차는 운전자가 발전기를 켜놓고 자리를 비운 사이 불길에 휩싸였다. 소방은 정확한 화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다행히 이들 사고 모두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선거 때마다 유사한 사건사고가 반복되면서 ‘관행’을 명목으로 한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난 대선 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유세차에서 불이 나 내부에 있던 2명이 목숨을 잃은 만큼 지방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정당은 선거철 사고가 빈발하는 유세용 개조 차량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들 자율에 맡겨 제작하도록 한다”며 “유세차량 제조업체에 위탁 제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후보들도 LED 구성과 음량 설정 등 차량 개조 변경 내용에 대한 세부사항을 전부 파악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도 “부산시장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캠프 자체적으로 유세차량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각 후보 캠프에 전달된 운영 매뉴얼에도 교통질서, 선거운동원 자세 등이 담겼을 뿐 구체적인 개조 지침은 없었다.

유세차량 불법 개조에 대해 2017년 선관위는 ‘예외’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 구조·장치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자동차에 부착물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공직선거법과 공직선거관리규칙에서 정하는 ‘연설·대담용 차량’에 대해서는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자의 선거 운동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자동차관리법 규정을 배제해서 운영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유세차가 선거용 명목으로 일부 절차를 생략해도 되는 면죄부를 받았지만, 시민에게 직접적인 위험이 가해질 수 있는 만큼 정당 혹은 후보 캠프 차원에서 자체적인 안전 수칙 준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도로교통공단 최재원 교수는 “선거가 현 시점에서 제일 이슈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 안전이 중요하므로 후보들이 교통 안전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며 “사고가 나면 민·형사상 책임은 운전자가 지겠지만 후보들이 유세차량 사고에 각별히 유의하며 사회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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