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당일 부산 곳곳에 설치되는 ‘이색 투표소’가 눈길을 끈다. 세관 창고, 복합문화공간, 도시철도 역사뿐만 아니라 동네 태권도장 등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날 하루만큼은 ‘민주주의의 꽃’ 투표를 위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31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일 오전 6시부터 부산지역 918개 투표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대부분 동 행정복지센터, 구청, 학교, 혹은 경로당을 비롯한 아파트 커뮤니티시설 등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적합한 유휴공간을 찾기 어려웠던 지역에서는 창고, 도시철도 역사 등 독특한 장소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행정복지센터·구청·학교·경로당
대표적인 지방선거 투표소 꼽혀
동네 태권도장·음식점 주차장도
넓은 공간 덕분 ‘단골 투표 장소’
세관 창고도 투표일엔 유권자로 북적인다. 남구 용당동 제1투표소는 용당세관 1층 6호 창고에 마련됐다. 용당세관에 따르면 해당 창고는 물건 보관용으로 쓰이다가 지난해 말 리모델링을 거쳐 체육활동, 세미나 등을 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바뀌었다. 용당세관 관계자는 “원래는 세관 민원실을 투표소로 제공해 왔는데 장소가 협소했다”며 “작년에 창고 바닥에 강화마루를 까는 등 대수선 과정을 거쳐 복합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 동선, 기표소 배치 등을 고려해 더 넓은 공간을 찾다 독특한 장소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지 7장이 두 차례로 나뉘어 배부된다. 유권자는 기표소에 두 번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기표소 수도 배가량 늘어나고, 배치 공간도 기존 공간보다 넓어야 한다.
금정구 부곡3동 제4투표소는 당초 부곡경남한신아파트 경로당에 설치됐지만, 이번 선거에는 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 대합실로 장소를 옮겼다. 금정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원래 부곡3동 제4투표소는 아파트 경로당에 설치했는데, 이번에는 유권자 동선 등을 감안해 넓은 공간을 찾았다”며 “이 투표소에는 대부분 부곡경남한신아파트 주민들이 오시는데, 경로당보다 멀기는 하지만 모두에게 익숙한 장소인 장전역으로 섭외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파티션 등을 설치해 도시철도를 이용하려는 승객 공간과 투표소 공간을 분리할 계획이다.
복합문화공간도 이날은 투표를 위해 자리를 내어 준다. 수영구 비콘그라운드는 수영고가교 하부공간에 1km 길이로 기다랗게 설치돼 있는데, 광안동과 망미동에 걸쳐 있어 투표소도 두 개나 들어선다. 1층 플레이그라운드는 망미2동 제2투표소, 커뮤니티그라운드는 광안3동 제3투표소로 꾸며진다.
금정구 금사공단 한가운데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예술지구P’는 금사회동동 제3투표소 설치를 위해 1층 공연장을 비운다. 예술지구P 관계자는 “원래 회동초등학교가 투표소로 활용됐는데 폐교로 대체 공간이 필요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른 일도 아니고 투표인데, 당연히 공간을 내줬다”고 설명했다.
동네 태권도장과 검도장 등 체육관도 넓은 공간 덕분에 단골 투표 장소다. 수영구 남천동 백호검도관은 남천2동 제3투표소로, 연제구 연산동 한일태권도는 연산4동 제4투표소로 활용된다. 서구 서대신동 꽃마을에서는 음식점 ‘구덕령친구집’ 주차장이 투표소가 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를 하려면 아예 하루 동안 그 공간을 모두 비워야 해서 관공서가 아닌 공간을 투표소로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며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장소, 장애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1층 또는 승강기가 있는 곳으로 투표소를 확보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