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으로 멈췄던 부산 영도 수국꽃문화축제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라 3년 만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올해도 결국 열리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가물었던 날씨 탓에 수국이 대거 말라 죽었기 때문인데 내년에도 수국 축제를 즐길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다만, 축제가 열리지는 않아도 수국을 즐기려는 탐방객 출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영도구청과 대한불교조계종 태종사 등은 올해 수국꽃문화축제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부산의 대표 여름 축제의 하나인 수국꽃문화축제는 2019년 14회까지 열렸다. 영도구 태종대유원지에 위치한 태종사 일원에서 30여 종 5000여 그루의 수국이 장관을 이루는 6월 말에서 7월 초 무렵에 열리던 행사다. 태종사가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수집해 재배해 온 다양한 품종의 수국은 전국에서 수 많은 탐방객들을 불러모았다.
꽃밭을 배경으로 버스킹과 체험 행사도 다채롭게 열렸는데 14회 축제가 열린 2019년에는 10만 8000명이 찾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또 2016년부터 4년 연속 부산시 구·군 우수축제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최 측이 올해 축제를 취소한 이유는 행사장 일대 수국 상당수가 말라 죽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특히 가물었던 날씨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태종사 박창신 사무국장은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오랫동안 가꿔 온 수국의 60~70% 정도가 지난 겨울을 지나면서 말라 죽었다”며 “일대에 새로 꽃을 심고 있지만 축제 시기까지 수국이 충분히 자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축제 개최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태종사 측은 올해 축제를 열지 않는 대신 수국의 생육 환경 개선과 꽃밭 조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꽃나무를 심는 삽목 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삽목 작업 이후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우기까지 통상 2년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정상적으로 축제가 열릴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태종사 측에 따르면 현재 개화가 가능한 꽃의 개체 수는 평년 대비 30% 수준으로 꽃봉오리가 이제 막 올라오고 있다. 6월 말 장마철을 거치면서 꽃이 만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국이 말라죽은 탓에 축제가 무산된 것은 2006년 축제가 처음 개최된 이래 처음이다. 2020년과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축제가 취소됐다.
태종대유원지 일대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과 태종사 등은 축제를 개최하지는 않지만 수국을 보러 온 탐방객의 출입까지 막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태종사 입구에 자리한 법융사나 태종대 유원지 내 체육공원 부근에서 소소하게나마 수국을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