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부산지역 918곳의 투표소에는 무더위를 무릅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잃어버린 도시 활력을 되찾아 달라며 투표에 나선 시민들이 많았지만, 후보 간 변별력이 없어 정당을 보고 찍는다는 이들도 있었다. 투표율이 저조한 탓에 투표소가 크게 붐비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1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동 이주홍문학관에 마련된 온천1동 제3투표소 앞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부산의 현안을 해결해 줄 역량 있는 후보자를 뽑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회사원 임재성(45·온천1동) 씨는 “홀로 사는 노인과 청년 인구 비율이 높은 부산의 특성을 고려하고 이를 해결하는 후보가 당선되길 바란다”며 “노인과 청년이 적어도 집 걱정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부산이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민우(33·온천1동) 씨도 “발전이 정체된 동래구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며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서민의 삶과 협치를 강조한 유권자도 있었다. 학원강사 안경희(53·온천1동) 씨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상대 당과 협치를 통해 지역을 이끌어 가야 한다”며 “집값을 낮추고 물가를 안정화해 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송순달(73·온천1동) 씨는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며 “당선자들이 열악한 도로를 개선하고 학교 주변의 방범을 강화해 학생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사 박정효(73·온천1동) 씨도 “인물을 떠나 야당에 대한 반감이 너무 커서 여당의 손을 들어주러 나왔다”며 “새로운 대표들이 도심 내 주행 속도 제한 등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해 서민들이 생업에 전념하도록 힘써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수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1층에 설치된 남천1동 제4투표소의 경우 사전투표의 영향인지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많지 않아 크게 붐비지 않았다.
수영구 주민 이 모(29) 씨는 “오후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 오전에 잠깐 짬을 내 투표장을 찾았다”면서 “이번 선거의 경우 후보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것 같고 마음에 드는 인물도 없어 정당을 보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신미숙(52) 씨는 “선호하는 후보는 없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투표소를 찾았다”면서 “어느 후보가 뽑히든 청렴하게 정치를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투표용지가 많은 탓에 현장에서 혼란스러웠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해운대구 반여1동 제3투표소를 찾은 강 모(38) 씨는 “이렇게 많은 투표용지가 있는 줄 몰랐고, 나눠서 기표하는지도 몰라 솔직히 당황했다”고 밝혔다. 전채희(44) 씨는 “소중한 투표권 행사를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당선되는 분 모두 지역 발전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거의 경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동래구에 거주하는 서 모(30) 씨는 “출마한 후보들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 투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면서 “모처럼 쉬는 날이라 집정리도 좀 하면서 집에서 그냥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4시 기준 전국 투표율은 45.4%로 지난 7대 지방선거보다 7.8%포인트(P) 낮았다. 오후 4시 부산의 투표율은 43.4%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