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압승은 부산에서도 여지없었다. 박형준 후보가 역대 부산시장 중 가장 높은 득표율로 시장에 당선됐고 부산 지역 16개 기초단체장 자리는 국민의힘 후보가 모조리 싹쓸이했다. 부산 교육감의 색깔도 진보에서 중도보수 성향으로 8년 만에 물갈이되는 등 부산의 정치 지형이 4년 만에 통째로 바뀌었다. 부산이 ‘보수 본색’을 제대로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이 휩쓸었던 지난 7회 지방선거와 완전히 뒤바뀐 결과라는 점에서 민의의 준엄함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된다. 국민의힘이 잘해서, 오로지 자신들의 힘으로 낳은 결과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민심을 읽지 못한 상대의 자멸이라는 외부적 영향이 크다고 본다.
4년 만의 격변, 민심의 준엄함 일깨워
협치의 정신 발휘 산적한 현안 풀기를
부산에서 일어난 권력 이동은 이 도시를 제대로 바꾸라는 시민 염원의 표출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도시로의 도약을 염원하는 부산은 풀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공법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가덕신공항 건설과 당장 7월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2차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여야 정치권의 협치가 요구되는 부울경 메가시티는 특히 부산 시정의 성패를 가늠하는 주요 사업들이다.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박형준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이를 주도적으로 견인하고 해결해 나가는 강력한 추진력이다. 높은 지지율을 얻은 만큼 부산의 미래 먹거리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내놓은 자신의 약속들을 가시적인 시정 성과로 완성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8년 만에 교육감이 바뀌면서 변화가 예상되는 부산 교육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변화는 시민과 학생을 중심에 놓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윤수 새 교육감은 그동안 기초학력 신장을 외치며 ‘부산발 제2 교육혁명’을 주창해 왔다. 정책을 통한 구체적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나아가 이전 교육정책이라도 좋은 것은 계승해 나가는 열린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상호 비방 같은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얼룩졌던 게 사실이다. 진보·보수라는 이분법으로 갈라진 갈등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것도 지금 부산 교육계의 화급한 과제다.
부산 시민들이 국민의힘에 몰아 준 기회는 다른 게 아니라, 우리 고장의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 달라는 채찍질이다.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면 민심은 또다시 뒤집힐 수 있다. 민심의 무거움을 한시도 잊지 않고 낮은 자세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대쪽도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이 그래서 필요하다. 박 시장이 그동안 다른 당이 장악한 시의회의 벽 앞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상기한다면 협치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할 것이다. 자만심은 절대 금물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도, 향후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도, 시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다.